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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끝나지 않은 전쟁’ 70년에 다짐하는 ‘한반도 평화’

등록 2020-06-24 18:51수정 2020-06-25 02:13

한국전쟁 70년, 다시 몰려온 먹구름
북 군사행동 보류로 위기 숨고르기
남북 협력으로 ‘냉전 굴레’ 벗어나야
한국전쟁 발발 70주년을 하루 앞둔 24일 오후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6.25 전쟁조형물 위로 비가 내리고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한국전쟁 발발 70주년을 하루 앞둔 24일 오후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6.25 전쟁조형물 위로 비가 내리고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70년 전 오늘 한반도는 참혹한 전쟁의 비극으로 빠져들었다. 북한군이 38선을 넘으면서, 미-소 양대 강대국의 갈등에 뿌리를 둔 냉전이 한반도에서 폭발했다. 강대국 간의 대립과 개입의 희생양이 된 이 땅에서 당시 남북한 인구 10%에 해당하는 300만명 이상이 희생되고 한반도는 잿더미가 됐다. 종전협정이나 평화협정이 아닌 전투를 일단 중지하는 정전협정이 1953년 7월 맺어졌다. 서로에 대한 증오, 이산가족의 아픔, 분단구조가 70년 동안 누적되면서 6·25는 ‘끝나지 않은 전쟁’으로 한반도를 옥죄어왔다.

2018년 4월27일 판문점에서 남북 정상이 손을 맞잡고 “한반도에서 더 이상 전쟁은 없을 것”이라고 선언하면서 우리는 정전체제가 평화체제로 바뀌고, 이젠 남북이 함께 평화와 번영을 향해 나아갈 것이라는 희망에 설레었다. 그해 9월19일 문재인 대통령은 평양 시민들 앞에서 “우리는 5천년을 함께 살았고 70년을 헤어져 살았다. 함께 미래로 나아가자”고 연설했다.

1950년 12월 대구역의 한국전쟁 피난 행렬을 한반도에 파견됐던 국제적십자위원회 관계자들이 찍은 사진. 국제적십자위원회(ICRC) 제공 연합뉴스
1950년 12월 대구역의 한국전쟁 피난 행렬을 한반도에 파견됐던 국제적십자위원회 관계자들이 찍은 사진. 국제적십자위원회(ICRC) 제공 연합뉴스

그러나 오늘 한반도는 다시 반목과 갈등에 휩싸여 있다. 핵문제 해결을 위한 북-미 협상이 ‘하노이 노딜’로 멈춰선 뒤, 남북관계도 얼어붙었다. 이달 들어 북한은 남북의 모든 직통 연락선을 차단하고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청사를 폭파했다.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은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말폭탄을 퍼부었다. 남쪽을 향해 군사행동,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지구에 군 재배치, 삐라 살포 등을 예고했다. 지난 2년간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지켜본 우리의 실망은 그래서 더욱 깊다. 힘겹게 바위를 굴려 언덕을 오르다 다시 굴러떨어지기를 반복하는 시시포스의 형벌을 받은 것 아닌가, 가슴이 먹먹하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3일 노동당 중앙군사위 예비회의를 열어 대남 군사행동계획을 보류하면서, 일촉즉발의 위기로 치닫던 긴장 국면이 일단 숨고르기에 들어간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북한은 남쪽과 미국을 향해 메시지를 분명하게 던진 만큼 상황이 통제 불능의 상태로 가지 않도록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봤을 것이다. 최근 전면에 나서지 않던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대남 적대 행동을 멈추는 역할을 맡은 것도 주목된다. 하지만 북한이 계획을 취소한 것이 아니라 ‘보류’한 것이어서, 긴장이 완전히 해소되고 대화의 길이 열린 것은 아니다.

이번에 남북관계가 급속히 악화되는 상황을 보면서 70년 동안 전쟁을 끝내지 못한 채 정전체제를 이어온 현실을 다시금 뼈아프게 절감한다. 정전체제의 문제는 근본적으로 냉전체제 속에서 남북의 군사적 대치, 북한 핵 문제, 외세의 개입 등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 볼턴 회고록에서 드러났듯이 미국의 강경파는 대화를 통한 비핵화와 남북관계 진전을 반대한다. 더이상 미국에만 기대서는 안 된다. 한반도 문제의 주인인 남북이 함께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170여개 종교·시민단체들이 24일 평화협정 체결을 촉구하는 ‘전 세계인 서명 운동’을 시작했다. 시민사회와 국제 여론의 힘으로 정전체제 극복의 견인차가 되겠다는 의지를 천명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8년 4월27일 손을 잡고 판문점 군사분계선을 넘고 있다. AP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8년 4월27일 손을 잡고 판문점 군사분계선을 넘고 있다. AP 연합뉴스

우리는 발등의 위기를 현명하게 관리하면서, 남북이 함께 냉전체제의 굴레를 벗어나 평화와 번영으로 나아가는 길을 만들어내야 한다. 코로나19로 세계가 위기에 처하고 미-중 신냉전이 격화돼 군사적 충돌의 우려마저 커진 지금, 남북이 핵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고 공동 번영의 미래를 만들 필요가 더욱 절실해졌다. 남북의 화해와 협력은 코로나발 경제위기의 중요한 해법이자, 신냉전에 휩쓸려 한반도가 다시 전쟁의 소용돌이에 휩싸이는 것을 막는 길이다.

북-미 관계가 풀려야 남북관계도 진전될 수 있다는 ‘주술’에서 깨어나야 한다. 오는 11월 미국 대선 이후만 바라보지 말고 남북이 먼저 움직일 때다. 한반도 평화의 염원이 시시포스의 굴레에서 벗어나 남북 합의를 단단히 붙잡고 다시 언덕을 올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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