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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안희정·오거돈 겪고도 민주당 또 사과만 할 건가

등록 2020-07-14 19:14수정 2020-07-15 02:45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맨 왼쪽)와 김태년 원내대표(가운데)가 13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굳은 표정을 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맨 왼쪽)와 김태년 원내대표(가운데)가 13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굳은 표정을 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에 대해 “예기치 못한 일로 시정 공백이 생긴 것에 책임을 통감한다”며 “이런 상황에 이르게 된 것에 사과드린다”고 했다고 강훈식 수석대변인이 13일 밝혔다. 이 대표는 “앞으로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 대표가 직접 나서지 않고 대변인을 통해 입장을 낸 것부터 유감이다. 민주당은 말뿐인 사과와 약속으로는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없다는 것을 엄중히 인식하길 바란다.

민주당은 2018년 3월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비서 성폭행, 올해 4월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직원 성추행 때도 사과와 함께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하지만 실천은 미흡했다. 당 윤리심판원에서 이들을 제명하고 ‘개인적 일탈’로 치부하며 책임이 당으로 번지는 걸 축소하는 데 급급했다. 의원의 성폭력 의혹에도 정치적 유불리를 따져 대응했다. 노래방 성추행 의혹이 불거지자 의원직 사퇴를 선언한 민병두 의원의 사퇴서를 처리하지 않고, 두 달 뒤 은근슬쩍 번복한 게 대표적이다. 인재 영입도 한계를 계속 노출해왔다. 4·15 총선을 앞두고 인재 영입 2호 원종건씨가 옛 여자친구의 ‘미투’ 폭로로 사퇴했다.

민주당은 지난 13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후보자 추천위원으로 장성근 변호사를 선정했다. 하지만 장 변호사가 성착취물 유포 텔레그램 ‘박사방’ 공범의 변호를 맡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반나절 만에 낙마했다. 어처구니없다. 그동안 같은 일을 반복해서 겪으면서도 진정한 반성과 재발 방지 대책에 대한 치열한 고민 없이 미봉책으로 넘어가려 했던 결과가 아닌가 싶다.

이번엔 적당히 넘겨선 안 될 것이다. 소속 광역단체장 3명이 성폭력 문제로 사퇴 또는 극단적 선택을 한 것에 대해 깊이 성찰하고, 이해찬 대표가 공개 사과하길 바란다. 또 안희정 전 지사 성폭행 사건 때부터 약속한 위력에 의한 성폭력 위험을 줄일 대책, 성인지 감수성 교육 체계화, 당 조직 문화 변화 약속도 꼭 실천하길 바란다. 특히 광역단체 공무원 인사를 좌지우지하는 단체장의 막강한 권력이 위력에 의한 성폭력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는 만큼 제도적 개선책을 반드시 내놔야 할 것이다. “당 차원의 진상 파악과 대책이 마련되어야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고 밝힌 박용진 의원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민주당이 박 시장의 성추행 의혹에 대한 진상규명에 나서는 방안도 적극 검토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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