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가 지난 14일 안양시의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의장 선출을 하면서 서로 짜고 기명투표를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진 안양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제공
경기도 안양시의회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사전에 서로 짜고 사실상 ‘기명 투표’로 의장을 뽑았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이들은 사전에 자기 당 소속 의장 후보를 내정하고, 이탈표를 막기 위해 기표 방법까지 미리 정했다고 한다. 이런 의혹은 안양시의회의 민주당 의원총회 녹취록이 외부로 유출되면서 알려졌다. 언론에 공개된 녹취록에는, 한 의원이 ‘선거법 위반 소지’를 경고했으나 ‘전에도 이렇게 했다’는 등의 이유로 무시됐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시·군·구 의장단을 무기명 투표로 선출해야 한다’는 지방자치법을 위반한 것으로, 풀뿌리 민주주의의 산실에서 민주주의의 기본 절차를 저버린 개탄스러운 행태가 아닐 수 없다.
안양와이엠시에이(YMCA), 안양군포의왕 환경운동연합 등으로 구성된 안양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가 14일 폭로한 내용은 충격적이다. 안양시의회 다수당인 민주당 의원들은 지난 3일 하반기 의장 선출에 앞서 의원총회를 열고 정맹숙 의원을 의장 후보로 내정했다고 한다. 실제로 투표를 하면서는 표 이탈을 막기 위해 투표용지에 후보 이름을 적는 위치를 ‘좌측 상단’ ‘우측 하단’ 식으로 의원마다 다르게 지정했다고 한다. 민주당 의원 13명 중 12명이 이런 방식으로 투표해 정 의원이 의장으로 뽑혔다니, 황당하기 짝이 없다. 연대회의는 “초등학생도 지키는 무기명 비밀투표 원칙을 위반해 민주주의에 역행했다”며 선거를 무효로 하고 공식 사과할 것을 요구했다. 또다른 시민단체인 시민정의사회실천위원회는 민주당 의원 12명을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 수사와 별개로, 민주당은 민주주의의 절차적 정당성을 허문 중대한 문제라는 인식을 갖고 중앙당 차원의 조사와 근본적인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
가뜩이나 최근 민주당 소속 지방의회 의장들의 범법 혐의가 잇따라 불거지며 민주당과 지방의회에 대한 국민적 불신을 키우고 있다. 이동현 경기 부천시의회 의장이 현금 70만원을 훔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사실이 드러나자 민주당을 탈당했고, 이관수 서울 강남구의회 의장은 음주운전이 의심되는 차량 사고를 냈다. 밑돌 몇개가 빠졌다고 방치하다간 큰 둑도 순식간에 무너질 수 있다. 민주당은 안양시의회 사태에 단호히 대처하는 것은 물론, 유사한 문제를 안고 있는 지방의회가 더 있는 것은 아닌지도 이 기회에 철저히 점검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