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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불신 자초한 서울시, ‘조사단’에서 빠지는 게 맞다

등록 2020-07-17 18:31수정 2020-07-18 02:35

황인식 서울시 대변인이 15일 서울시청에서 ‘직원 인권침해 진상규명에 대한 서울시 입장’을 밝힌 뒤 인사하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황인식 서울시 대변인이 15일 서울시청에서 ‘직원 인권침해 진상규명에 대한 서울시 입장’을 밝힌 뒤 인사하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고 박원순 서울시장 성추행 사건의 진상 규명을 위한 민관합동조사단이 출범에 필요한 기초적인 논의를 시작하기도 전에 불신에 휩싸였다. 서울시는 지난 15일 여성단체, 인권단체, 법률가 등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조사단을 꾸리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피해자와 공동 대응하고 있는 여성단체들이 조사단 참여를 거부하겠다는 취지의 뜻을 밝혔다.

애초 서울시가 진상 조사를 하라고 요구한 피해자 쪽이 참여를 거부하겠다고 입장을 바꾼 데는 납득할 만한 이유가 있어 보인다. 피해자 쪽은 박 시장이 숨진 뒤에 피해자가 서울시 관계자들로부터 ‘2차 가해’를 받았다고 주장한다. 피해자에게 연락해서 “너를 지지한다”면서도 ‘정치적 진영론’을 언급하거나 “여성단체에 휩쓸리지 말라”고 했다는 것이다. 사실이라면 피해자 쪽이 어떻게 서울시의 진정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또 피해자 쪽은 오랜 기간 서울시장 비서실에서 내부 여성을 성적으로 대상화하고 여성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업무 지시가 만연했다며, 구체적인 사례를 여럿 적시했다. 서울시가 조직적으로 피해자의 고통을 묵인하거나 성추행을 방조했다는 의혹에 신빙성을 더해주는 주장이다.

서울시가 조사단 구성을 제안할 때부터 조사 주체의 신뢰성이 핵심적인 관건으로 지적됐다. 가령 젠더특보가 박 시장에게 무언가를 보고한 것이나 여성정책실장이 박 시장 영결식 날 피해자 쪽에 기자회견을 미뤄달라고 요구한 것도 사정을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나, 서울시가 조사 주체로서 적절치 않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시가 아무리 공정하게 조사를 한들 조사 결과는 신뢰를 받기 어렵고 또다른 소모적 논란만 키울 뿐이다. 서울시가 조사단에서 빠지는 게 맞다고 본다.

경찰이 이번 사건의 수사 인력을 크게 강화하기로 했다. 잘한 일이다. 하지만 수사기관의 역할은 형사 범죄를 입증하는 데 있다. 서울시에서 왜 이런 일이 벌어질 수밖에 없었는지를 구조와 조직문화 차원에서 규명하는 더 큰 숙제가 남아 있다. 이미 조사 방침을 세운 국가인권위원회와 여성가족부가 여성·인권단체와 함께 최적의 조사기구를 꾸리기 바란다. 서울시의 역할은 조사 협조와 행정 지원을 아끼지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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