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8일 버지니아주 내셔널 골프 클럽에서 린지 그레엄 상원의원과 골프를 치고 있다. 버지니아/EPA 연합뉴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무리한 요구로 한-미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이 7개월째 공백 상태인 가운데, 미국에서 또다시 방위비 분담금 인상 압박용으로 보이는 ‘주한미군 감축설’이 흘러나왔다.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은 17일(현지시각) ‘국가방위전략(NDS) 이행’ 자료를 통해, 몇달 안에 주한미군이 포함된 인도·태평양사령부의 미군 재배치 문제를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같은 날 <월스트리트 저널>은 미 국방부가 지난 3월 주한미군 감축 옵션을 포함해 해외주둔 미군 재배치에 관해 백악관에 보고했다고 행정부 관리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에 대한 한국 언론의 취재에 미 정부 고위당국자는 주한미군 감축에는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은 채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을 포함해 전세계 동맹들이 더 많이 기여해야 한다는 기대를 분명히 해왔다”며 방위비 분담금 인상 요구를 재차 강조했다.
한-미 협상단은 한국이 올해 방위비 분담금을 13.6% 인상하고 5년 뒤 13억달러(약 1조5600억원)까지 올리는 방안에 의견 접근을 이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올해 당장 13억달러(인상률 50%)를 요구해 협상이 장기 교착 상태에 빠져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에 ‘방위비 분담금을 인상하지 않으면 현재 약 2만8500명인 주한미군을 감축하겠다’고 압박하는 카드를 꺼낼 수도 있다는 관측은 끊이지 않았다. 트럼프는 지난 4월 분담금 협상이 주한미군 감축과는 관련이 없다고 했지만, 11월 대선을 앞두고 불리한 판세에 몰린 그가 분담금 대폭 인상 ‘성과’를 자랑하고 미군 해외주둔에 반대하는 지지층을 결집하기 위해 돌발적으로 감축 카드를 꺼내 한국 압박에 나설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트럼프는 지난달 독일의 국방비 지출이 적다는 이유로 3만4500명인 주독미군 가운데 9500명을 감축하기로 했다.
한국 정부는 냉정하게 상황을 주시하되, 동맹을 흥정과 협박의 대상으로 삼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태에 결코 흔들려선 안 된다. 미국이 ‘중국 견제’를 강조하면서 인도·태평양지역 전력에 중요한 주한미군을 감축하는 것은 이론적으로 앞뒤가 맞지 않는다. 미 의회 내에서도 트럼프 행정부의 주한미군·방위비 관련 행태에 강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미국 대선 결과도 중요한 변수다. 정부는 협상 원칙을 지키면서 대응 방안을 제대로 준비해 나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