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돗물에서 유충이 발견됐다는 신고가 전국에서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20일 오전 경기도 용인시상수도사업소 용인정수장에서 관계자들이 여과지 활성탄 검체 채취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수돗물 유충이 발견됐다는 신고가 전국에서 잇따르고 있다. 지난 9일 인천 서구에서 처음 신고가 접수된 뒤 인천 다른 지역을 넘어 서울과 경기 여러 지역, 멀게는 부산에서도 접수되고 있다. 과거 수돗물 오염 사례가 시기와 지역이 집중됐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여러 지역에서 동시다발로 일어나고 있다. 정수장과 배수지 등 수계가 제각각이어서 오염 원인도 특정하기 어렵다. 집에서 쓰는 수돗물이 불신을 넘어 불안의 대상이 되고 있으니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인천에서는 일부 정수장과 배수지에서 유충이 발견돼 어느 정도 오염 원인을 좁힐 수 있게 됐다. 그러나 160건이 넘는 신고가 접수된 걸 생각하면, 정수장과 배수지의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데 이론의 여지가 있을 수 없다. 더구나 인천은 지난해 6월 ‘붉은 수돗물’ 사태로 시민들이 항의 집회를 여는 등 큰 홍역을 치른 바 있다. 수계를 바꾸면서 관련 규정을 지키지 않아 사고를 불렀고, 초기 대처도 안이해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인재가 해마다 되풀이되고 있는 것이다.
인천 지역을 빼면 20일까지 유충 발견 신고는 25건이 접수됐다. 신고 건수는 인천보다 적지만, 수돗물 유충 검출이 잇따르는 현상 자체가 전례 없다는 점에서 심각성이 덜하다고 볼 수 없다. 이들 지역의 정수장이나 배수지에서는 유충이 발견되지 않았다. 아직 찾지 못한 것일 수도 있고, 아파트 저수조 등에서 유입됐을 수도 있다. 정수장과 배수지 등 공급자의 관리 영역을 철저히 조사해 문제점을 끝까지 확인하는 한편, 사용자의 관리 영역도 구석구석 조사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고도정수처리 단계’에서 문제가 생겼을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제기하고 있다. 유충 발견 신고가 들어온 지역이 모두 고도정수처리시설이 설치된 곳이기 때문이다. 이 공법이 수돗물의 질을 높이기는 하지만, 정수에 쓰이는 물질을 정기적으로 꼼꼼히 세척하지 않으면 깔따구 등이 번식하기 좋은 조건이 형성될 수 있다고 한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20일 전국 정수장 484곳에 대한 긴급 점검을 지시했다. 아무리 좋은 시설이라 해도 관리가 허술하면 수돗물 안전은 위협받을 수밖에 없다. 시민 건강이 걸린 중대한 사안이다. 우리나라는 국제적으로 수돗물의 안전성을 인정받으면서도, 국민의 신뢰는 얻지 못하고 있다. 국민이 불신하는 건 수돗물에 앞서 ‘수돗물 행정’이라는 사실을 당국은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