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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서울시, 무거운 책임감으로 인권위 조사 임해야

등록 2020-07-22 18:42수정 2020-07-23 02:41

김재련 법무법인 온세상 변호사(왼쪽 둘째)가 22일 오전 11시 서울 중구의 한 사무실에서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과 관련해 열린 피해자 쪽의 2차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김재련 법무법인 온세상 변호사(왼쪽 둘째)가 22일 오전 11시 서울 중구의 한 사무실에서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과 관련해 열린 피해자 쪽의 2차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박원순 전 서울시장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한 피해자 쪽이 진상 조사를 위해 다음주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출하기로 했다. 피해자를 지원하는 여성단체들은 22일 2차 기자회견을 열어 “서울시는 이 사안에서 책임의 주체이지, 조사의 주체일 수 없다”며 “공공기관 성희롱 등의 조사 및 구제 기관인 인권위가 조사를 진행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밝혔다. 피해자 쪽이 요청한 것처럼 공정하고 신속한 조사를 위해서는 중립적 국가기관인 인권위가 나서는 게 적절하다. 인권위는 사안의 엄중함을 인식해 성추행 혐의는 물론 피해자의 문제 제기가 어떻게 묵살되었는지, 그리고 서울시에 인권 침해적인 업무 환경은 없는지 등을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

여성단체들의 기자회견 뒤 서울시는 인권위 조사에 적극 협조해 진상 규명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방조·묵인, 피소 사실 유출 등과 관련한 경찰, 검찰 수사에도 성실하게 임하겠다”고 했다. 서울시는 피해자의 호소에 귀 기울이지 못하고 사태가 여기까지 이르게 된 데 대해 무거운 책임감을 가지고 조사를 받아야 할 것이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김재련 변호사는 피해자가 부서를 이동하기 전에 17명, 부서를 이동한 뒤엔 3명의 상급자에게 고충을 호소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뭘) 몰라서 그래’ ‘예뻐서 그랬겠지’ 등의 반응만 들었다고 한다. 사실이라면 성인지감수성이 전무한 조직 문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보 요청에 대해서도 ‘시장에게 직접 인사 허락을 받으라’며 묵살을 했고, 해당 부서를 떠난 뒤에도 ‘30년 공무원 생활 편하게 해줄 테니 다시 비서로 와달라’는 요구도 했다고 한다. 무책임할 뿐 아니라 위력에 의한 압력과 회유로 읽히는 대목이다. 4년 동안 무려 20명에게 피해를 호소했음에도 아무런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다면 조직적인 방조까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 서울시 관계자들은 뼈를 깎는 반성의 마음으로 인권위 조사에 협조하길 바란다.

여상단체들은 기자회견에서 피해자에 대한 비난과 공격이 심해지고 있다며 2차 가해를 멈춰달라고 다시 한번 호소했다. ‘4년 동안 침묵하다 왜 이제 고소하냐’ ‘정치적 의도가 있다’는 등의 악의적 공격은 피해자의 인격을 짓밟는 일일 뿐 아니라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데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인권위가 진상 조사에 나서게 된 만큼, 이제는 냉정을 되찾고 차분하게 진실 규명 과정을 지켜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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