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의 이인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태영호 미래통합당 의원이 이 후보자에게 질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태영호 의원을 비롯한 미래통합당 의원들이 23일 도를 넘는 색깔론 공세로 이인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얼룩지게 했다. 태 의원은 “사상 전향”을 공개 선언하라는 망언까지 했다. 황당하다 못해 말문이 막힐 지경이다. 도대체 통합당은 이런 기본도 안 된 반헌법적 행태를 언제까지 보여주려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탈북민 출신인 태 의원은 이날 청문회에서 “(인사청문회를) 준비하면서 (이 후보자의) 삶의 궤적을 들여다보면서 언제 어디서 사상 전향을 했는지 못 찾았다”며 “저는 (탈북 이후) ‘대한민국 만세’를 불렀다. 혹시 후보자도 언제 어디서 이렇게 주체사상을 버렸다, 주체사상 신봉자가 아니라고 말한 적 있느냐”고 물었다. 이 후보자는 “이른바 전향이라는 건 북에서 남으로 오신 분한테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니겠느냐”며 “사상 검증과 사상 전향을 강요하는 건 다르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태 의원은 “아직도 주체사상 신봉자인가, 아닌가? 국민께 ‘나는 이제 버렸다’ 말씀하실 수 있지 않으냐”며 공개적 사상 전향을 집요하게 요구했다. 묵과할 수 없는 시대착오적 행태가 아닐 수 없다.
사상 전향은 일제의 독립운동가 탄압 수단이었던 ‘사상전향제’에 뿌리를 둔 용어다. 해방 이후 독재정권들도 국가보안법을 위반한 양심수를 대상으로 사상 전향을 강요했다. 이 과정에서 비전향 양심수들이 고문으로 숨지거나 넬슨 만델라보다 더 오래 감옥살이를 한 어두운 역사를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1998년 국민의 정부에 와서야 사상전향제도가 폐지됐다. 헌법 19조 “양심의 자유”에는 누구도 내면의 생각을 강제로 드러내도록 억압받아선 안 된다는 원칙이 포함돼 있다는 사회적 합의의 결과였다.
태 의원은 탈북 뒤 “사상 전향”을 입증해야 했던 개인적 경험에 갇혀 자신의 행동이 부를 파장을 미처 깨닫지 못했을 수 있다. 그러나 이 후보자와 여당 의원들이 태 의원에게 반헌법적 질문이라고 여러 차례 지적했는데도 되레 “야당 의원에 대한 압박”이라며 반발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 스스로 반성하고 사과하지 않으면 국회 차원의 엄중한 조처가 따라야 할 것이다. 통합당의 박진·조태용 의원도 태 의원을 말리기는커녕, 이 후보자의 과거 전대협 의장 시절 활동 등을 거론하며 태 의원을 거들었다. 4·15 총선에서 국민의 심판을 받고도 여전히 색깔론에 집착하는 통합당의 구태가 개탄스럽기 이를 데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