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4일 세종시청 여민실에서 열린 세종시 착공 13주년 기념 특강에서 '세종시의 미래, 그리고 국가균형발전의 시대'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4일 세종시청에서 열린 특강에서 “개헌으로 대한민국 수도를 세종으로 한다는 규정을 두면 청와대·국회도 세종으로 이전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행정수도 완성론’에 미래통합당이 위헌론으로 맞서자, 개헌을 통한 정면 돌파 방안을 제시한 것이다.
개헌이 언뜻 ‘관습 헌법’이라는 논리로 행정수도 이전을 무산시킨 2004년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은 물론, 헌재 판결을 근거로 이전 불가를 외치는 통합당에 맞설 근본 대책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한계가 명확하다.
첫째, 국회 의석 분포를 고려할 때 개헌은 현실성이 거의 없다. 개헌안이 국회를 통과하려면 ‘재적 의원 3분의 2 동의’가 필요하다. 통합당은 행정수도 이전을 문재인 정부의 실정을 가리고 2022년 대선을 유리하게 이끌려는 여권의 정략으로 본다. 통합당이 개헌 저지선을 넘는 103석을 확보한 상황에서 개헌을 통한 행정수도 이전은 불가능에 가깝다. 둘째, 행정수도 이전을 위한 개헌은 국민적 공감을 얻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 헌법을 개정하려면 이른바 ‘87년 체제’의 한계로 지적돼온 5년 단임 대통령제 등 권력구조 개편 문제를 피해 갈 수 없다. 역대 정부 모두 개헌을 공약했지만 권력구조에 관해 이해관계가 다른 정치세력 간의 대립을 넘지 못해 번번이 좌절했다. 개헌 논의가 시작되면 여야가 권력구조 논란에 빠져 정작 행정수도 이전 논의는 실종될 우려가 크다.
이런 점에서 김태년 원내대표가 제시한 행정수도 특별법 제정을 통한 이전 방안이 좀 더 현실적이다. 물론 특별법 제정도 넘어야 할 난관이 많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가 곧 확정할 2차 공공기관 이전 방안 등을 통해 지방분권과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진정성을 보이고, 광범위한 국민 지지를 얻을 수 있는 ‘행정수도 특별법’을 내놓는다면 야당을 설득하는 일이 불가능하지 않다고 본다.
통합당이 다시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 심판을 청구할 수 있지만, 이를 피할 이유도 없다. 2004년 헌재 판결의 정당성을 다시 따져보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헌재도 지난 16년간의 시대 변화, 수도권 집중 심화에 따른 정치·사회·경제·문화적 폐해 등을 신중하게 판단할 기회를 갖게 된다. 여론조사 결과를 봐도, 행정수도 이전에 찬성하는 국민이 반대하는 국민보다 훨씬 많다. 민주당이 현실성 떨어지는 개헌보다는 2차 공공기관 이전과 행정수도 특별법 제정에 힘을 쏟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