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통합당 의원들이 30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대한 더불어민주당 송기헌 의원의 토론이 시작되자 퇴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주 전월세 계약기간을 4년으로 연장하는 내용의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한 데 이어, 이번주엔 종합부동산세 개정안과 공수처 후속입법 등 16개 법안이 법사위를 거쳐 본회의에 오른다. 지금 분위기로는 미래통합당은 또다시 법안 심의와 본회의 표결에 불참하고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입법 절차가 일사천리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법안의 시급성을 고려하더라도 이렇게 ‘입법 속도전’이 일상화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여야 모두 국회의 법안 심의 기능을 정상화해서 국민에게 책임있는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
20대 국회에서 법안 하나 제대로 통과시키지 못하고 정쟁으로 날이 지샌 걸 생각하면, 지금의 속도감 있는 입법이 오히려 낫다는 의견이 적지 않은 게 현실이다. 여당인 민주당이 4월 총선에서 180석에 이르는 압도적 다수 의석을 차지한 만큼, 그에 걸맞게 입법하고 정치적 책임을 지는 게 맞다는 주장도 일리가 있다. 특히 부동산 문제가 심각한 상황에서 더이상 입법을 늦출 수 없다는 현실적인 절박성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문제는 이런 방식의 입법 속도전이 부동산 법안에만 그치는 게 아니라, 9월 정기국회가 열리면 권력기관 개혁법안을 비롯한 다른 법안들에도 적용돼 21대 국회의 자연스러운 풍경이 될지 모른다는 점이다. 국회 개원 협상부터 지속되고 있는 여야의 대립 양상을 보면 이런 걱정이 단지 기우에 그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국회 상임위가 다양한 법안을 심도있게 토론하지 않는 건 어떤 이유로도 합리화하기 어렵다.
이 상황을 타개할 책임은 여야 모두에 있다. 우선, 야당인 미래통합당은 상임위에 들어와서 법안 심의에 참여해야 한다. 수적 열세로 상임위 참여가 들러리에 그칠 것이란 항변을 하지만, 그렇다고 법안 심의를 나 몰라라 하는 건 올바른 태도가 아니다. 입법 활동은 민주당이 아니라 국민을 보고 하는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더불어민주당은 시급함을 이유로 한 입법 속도전을 부동산 관련 법안으로 끝내는 게 바람직하다. 정의당조차 “국회가 민주당 의원총회냐”고 지적하고 있는 점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176석의 가치는 야당과 대화와 타협에 노력할 때 훨씬 빛이 나고 국민 신뢰도 얻을 수 있는 법이다. 이제부터라도 여야는 합리적인 법안 심의를 제도화하기 위한 논의를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