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과 가난한 사람들의 민중생활보장위원회’가 7월31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기초생활보장제의 부양의무자 기준 완전 폐지를 촉구하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보건복지부가 31일 오후 중앙생활보장위원회를 열어 2021년도 ‘기준 중위소득’을 487만6천원(4인가구)으로 결정했다. 올해보다 2.68% 오른 수준이다. 기준 중위소득은 기초생활보장 생계급여 등 73개 복지사업의 혜택 범위를 정하는 잣대로 쓰이는데, 이번 2%대 인상률은 너무 낮아 실망스럽다. 미결 과제로 남아 있는 생계·의료급여의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에서는 좀 더 적극적인 태도를 보여주기 바란다.
기준 중위소득 결정에 따라 내년 4인가구 생계급여 기준선(중위소득의 30%)은 올해보다 3만8천원 오른 146만3천원, 1인가구는 2만1천원 오른 54만8천원으로 정해졌다. 의료급여(중위소득 40%)와 주거급여(중위소득 45%) 지급선은 4인가구 기준으로 각각 195만원, 219만원으로 결정됐다.
코로나19에 따른 경기 침체를 고려하더라도 기준 중위소득 인상률은 너무 낮다. 가계금융복지조사의 중위소득에 견줘 훨씬 낮게 나타나는 통계적 문제점을 일부 해소하는 데 따라 이뤄진 인상 효과 등을 뺀 순수 상승폭은 1%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복지 강화에 대한 정부 의지를 의심할 수밖에 없게 한다.
빈곤층에 대한 복지 정책은 경제의 순환 고리를 타고 경기 활성화로 연결된다는 점에서 아쉬움은 더 커진다. 소득 상승이 소비 증가로 이어지는 정도(한계소비성향)가 저소득층일수록 커서 복지성 지출은 경기 회복에도 도움이 된다는 게 상식이다.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뒤 이런 효과를 어느 정도 봤다. 양극화 해소는 물론, 경기 침체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복지 지출을 적극 늘리는 쪽으로 움직이는 게 옳다.
기준 중위소득 결정을 두고 생활보장위 위원들 간 격론이 길게 이어진 데 따라 ‘2차 기초생활보장 종합계획(2021~2023년)’ 의결은 8월10일 회의 때로 미뤄졌다. 핵심 쟁점은 ‘의료급여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 여부다. 생계급여의 부양의무자 기준은 단계적 폐지 쪽으로 가닥이 잡힌 반면, 의료급여 쪽은 폐지 대신 소폭 개선하는 쪽으로 정리돼 있다고 한다.
부양의무자(1촌 직계혈족 및 그 배우자)가 있다는 이유로 절대빈곤층을 기초생활수급 대상에서 빼는 전근대적 방식은 하루빨리 바꿔야 한다. 부양의무자 기준 탓에 수급에서 탈락한 이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비극이 반복돼선 안 된다. 생활보장위가 이제 부양의무자 사안에 대해선 전향적인 결정을 내릴 때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