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덕흠 미래통합당 의원이 지난달 29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노트북에 '청와대 하명입법 즉각 철회하라, 이생집망 집값폭정 김현미는 사퇴하라' 문구를 붙이고 참석했다. 충북이 지역구인 그는 서울 강남·송파 등에 아파트 3채를 비롯해 신고가 288억원의 부동산을 소유한 다주택자로, 경실련 등으로부터 ‘상임위 배제’ 압박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3일 국회의원을 비롯한 고위공직자가 1세대 2주택 이상을 보유할 경우 부동산 관련 업무 또는 관련 국회 상임위원회에서 배제하는 내용의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을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천 의원은 “고위 공직자가 자신의 재산을 위해 정책을 결정하고 법을 만든다는 의심을 가진 국민이 많다”며 “이 법이 통과돼 이해충돌 의원을 제척하고 국민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고 밝혔다. 집값 폭등에 따른 국민 고통과, 다주택 의원들이 정책을 왜곡한다는 불신을 고려하면 천 의원의 법안 제출은 정서적으로 이해할 구석이 있다. 하지만 여야 스스로 다주택 의원을 관련 상임위에서 빼지 않고 입법까지 강제하겠다고 나선 건 씁쓸하기 짝이 없다.
당장 21대 국회에서도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은 국민 비판에 아랑곳하지 않고 다주택 의원을 국토교통위와 기획재정위에 다수 배치했다. 경실련에 따르면 국토위엔 민주당 3명(김회재·박상혁·조오섭), 통합당 4명(박덕흠·송언석·이헌승·정동만) 등 7명의 다주택자가 포진했다. 기재위 역시 민주당 3명(정성호·김주영·양향자), 통합당 6명(김태흠·서일준·유경준·윤희숙·류성걸·박형수)이 다주택자다. 이들 가운데 윤희숙 의원이 불필요한 오해를 피하겠다며 세종시 주택을 매각했을 뿐, 국토위와 기재위 위원 중 3분의 1이 다주택자로 채워진 것이다. 특히 통합당은 충북이 지역구이면서 서울 강남·송파 등에 3채의 아파트 등 신고가 288억원의 부동산을 보유한 박덕흠 의원을 국토위에 배치하고, 다주택자인 이헌승 의원에겐 간사를 맡겼다. 민주당은 지난달 28일 이헌승 의원의 국토위 간사 선임에 반대했지만, 정작 자기 당 다주택 의원들의 상임위 배치엔 침묵했다.
경실련과 참여연대 등은 다주택 의원이 얻은 시세 차익 등을 폭로하며 최소한 관련 상임위 배제를 거듭 요구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 때인 2014년 다주택 의원들이 재건축 초과이익환수 유예 등을 주도한 전력을 거론하며, 또다시 부동산 정책을 왜곡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집값 안정에 사활을 건 여당부터라도 먼저 다주택 의원을 관련 상임위에서 배제하는 모범을 보여야 마땅하다. 그렇지 않고 상임위 배제 법안을 제출하는 건 ‘보여주기식 쇼’에 불과하고 결국 여야 한통속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란 걸 명심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