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정도면 가히 ‘상습적’이라 할 만하다. 정부의 전세 통계 보완 방침을 ‘통계 물타기’라고 비난하더니, 긴급재난지원금 지급과 저소득층 일자리 사업의 효과를 ‘통계 마사지’라고 매도한다. 정부 통계에 대한 <조선일보>의 악의적인 비틀기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이건 해도 너무한다.
통계청이 20일 발표한 ‘2분기 가계동향 조사’를 보면, 공적이전소득 덕분에 저소득층(하위 20%)의 전체 소득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9% 늘었다. 이를 두고 조선일보는 21일 사설 ‘통계 왜곡하다 부도난 그리스·아르헨, 남의 일이 아니다’에서 “현금을 뿌린 결과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리스나 아르헨티나 꼴이 날 것이라고 악담을 퍼부었다. 미증유의 코로나발 경제 위기 상황에서 정부가 재정 확대 정책을 펴는 건 당연한 일이다. 특히 벼랑 끝에 몰린 취약계층에겐 정부 지원이 절실하다. 이걸 두고 “임시방편의 현금 뿌리기”라고 비난할 일인가.
조선일보는 하루 앞선 20일에는 ‘통계를 바꾸는 방식으로 부동산 정책 실패를 물타기 하려 한다’는 내용의 기사와 사설을 쏟아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19일 관계장관회의에서 “신규와 갱신 계약을 포괄할 수 있도록 전세 통계 보완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힌 것을 공격한 것이었다. 전형적인 실상 왜곡이다. 현재 전세시장 동향을 알려주는 공식 자료인 한국감정원의 전세 통계는 세입자의 확정일자 신고에 바탕을 두고 있다. 계약 갱신 때는 대개 확정일자 신고를 하지 않아 신규 계약 정보만 쌓이고 갱신 계약 정보는 깜깜이 상태다. 임대차 3법 도입 뒤 갱신 사례가 많다는 사정을 고려하면 통계 보완의 필요성은 더 커진다. 이런 사실은 쏙 빼놓은 채 통계 물타기라고 몰아가는 건 억지일 뿐이다.
지난 5월에는 통계청이 조선일보 사설 ‘소득격차 악화하는데 ‘소주성’ 안 고치고 통계 조작’에 대해 언론중재위원회에 반론보도 청구를 했고, 조선일보가 “통계청은 ‘통계 작성의 모든 과정은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으며, 가계동향조사 개편 추진 계획도 사전에 예고(2018년 9월 18일)한 바 있다’고 알려왔다”는 반론보도를 낸 일도 있다.
정부 정책의 문제점을 찾아내 비판하는 건 언론의 중요한 역할이다. 하지만 분명한 근거도 없이 국가 통계에 대해 불신을 조장하는 것은 백해무익한 일이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