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대학의원 본관 앞에서 의과대학 정원 확대 등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전공의들이 의사 가운을 벗고 있다. 연합뉴스
코로나19 사태가 대유행 국면으로 치닫고 있는데 의사단체들이 의과대학 정원 확대 등에 반대하며 집단행동을 강행하고 있다. 무슨 일이 있더라도 국민 생명과 건강을 최우선으로 여겨야 하는 의사들이 이래도 되는 건지 개탄스럽기 이를 데 없다.
지난 21일 인턴과 4년차 레지던트, 22일 3년차 레지던트에 이어 23일엔 1년차와 2년차 레지던트까지 집단휴진에 가세했다. 모든 전공의들이 병원 밖으로 나와 집단행동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또 전임의들은 24일부터, 개원의들이 속한 대한의사협회(의협)는 26일부터 집단휴진에 들어가겠다고 한다.
의사단체들의 집단행동으로 의료 현장에선 우려했던 진료 공백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은 의사 부족을 이유로 ‘응급실을 경유한 중환자는 당분간 받지 않겠다’고 내부 공지를 했다고 한다. 다른 주요 대학병원들에서도 수술 일정이 연기되고 진료가 지연되는 등 파행이 빚어지고 있다. 의사단체들의 집단행동 강도가 강해지고 기간이 길어지면 국민들의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은 불을 보듯 환하다.
그런데도 의사단체들이 정부의 대화 제의마저 거부한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2일 “의사단체가 반대하는 정책은 수도권 (코로나 19) 상황이 안정된 이후 의료계와 논의를 하며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의협은 “정부의 정책 철회가 없는 한 집단행동을 예정대로 진행한다”고 했다. 정부를 더 강하게 밀어붙이면 항복을 받아낼 것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인데, 유례없는 비상사태 속에서 ‘벼랑 끝 싸움’을 하는 것은 무책임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의협이 23일 국무총리와 더불어민주당, 미래통합당에 긴급 간담회를 제안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의협은 “코로나19의 전국적 확대라는 엄중한 위기 사태를 맞아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만남을 제안한 것”이라며 “엄중한 현 상황에서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이 이루어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의협 스스로 상황이 엄중하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 당장 의료 현장으로 돌아오는 게 마땅하다. 먼저 복귀를 한 뒤 대화를 통해 문제 해결 방안을 찾는 게 순리다. 만약 의사단체들의 집단행동 탓에 방역에 구멍이 뚫리거나 환자들이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해 소중한 생명을 잃는 불행한 사태가 벌어진다면 책임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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