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가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가 25일 <한국방송>(KBS) 라디오에 출연해 “소위 극우라는 분들이나 당은 우리와 다르다”고 주장했다. 그는 코로나19 2차 확산 진원지로 지목된 8·15 광화문 집회와 당을 연관 짓는 것에 대해 “우리가 집회를 주최한 것도 아니고 참여를 독려한 것도 아니고 연설한 것도 아니다”라며 “사실 대단히 억울하다”고도 했다.
‘김종인 비대위 체제’의 통합당이 5·18 민주화운동 계승, 기본소득 도입 등을 정강·정책에 명시하고, ‘박근혜 사면론’과 거리를 두는 등 변신을 시도하는 건 고무적인 일이다. 그러나 그 정도 노력과 “극우와 다르다”는 항변만으로 해방 이후 이어져온 통합당과 극우세력의 공생관계가 단절됐다고 볼 국민은 많지 않다. 오히려 통합당은 아직까지도 극우세력과 한통속이고 광화문 집회 책임에서도 벗어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국민이 적지 않은 게 현실이다. 통합당은 그 이유를 문재인 정부가 코로나 방역 실패를 덮으려고 정치 공세를 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극우세력의 광화문 집회에 대한 어정쩡한 태도가 그동안 보여온 변신 시도의 진정성을 의심하게 만든다는 것을 통합당은 직시해야 한다.
무엇보다 통합당은 광화문 집회에 참여한 홍문표 의원, 김진태·민경욱 전 의원 등에게 책임을 묻지 못한 채 좌고우면한다. 하태경 의원 등이 당무 감사를 통한 엄단을 요구하지만 정작 주 원내대표는 아직 정해진 게 없다는 모호한 태도를 보인다. 태극기 부대, 극우 기독교 세력과 손잡고 문재인 정부 타도를 외쳤던 황교안 전 대표와도 여전히 갈라서지 못하고 있다.
통합당으로서는 당의 핵심 지지층 중 한 축인 극우세력의 반발이 신경 쓰일 것이다. 그러나 행동으로 결별하지 않는 한 그들을 대변해온 정당이라는 굴레를 벗을 수 없다. 지난 13일 ‘박근혜 탄핵’ 이후 4년 만에 더불어민주당을 앞섰던 정당 지지율이 광화문 집회 이후 다시 하락한 이유를 통합당은 깊이 새겨보길 바란다.
김종인 비대위원장의 ‘광주 무릎 사과’의 진정성도 행동으로 증명해야 할 것이다. 이종명 전 의원 등 5·18 망언자를 봐주다 총선이 임박해 위성정당으로 보낸 게 바로 얼마 전까지의 통합당 모습이다. 국회에 계류 중인 5·18 관련법 처리에 적극 협조해 무릎 사과의 진정성을 보여줘야 한다. 4·15 총선에서 국민의 준엄한 심판을 받고도 극우세력과 결별하지 못하면 통합당엔 미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