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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투자원금 첫 100% 배상 ‘라임’, 금융 신뢰 회복 계기로

등록 2020-08-28 18:03수정 2020-08-28 19:45

그래픽 김승미
그래픽 김승미

라임자산운용의 무역금융펀드를 판매한 우리은행 등 금융회사 4곳이 피해 고객들의 원금을 100% 반환하라는 금융감독원의 권고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이들 4사는 27일 일제히 임시이사회를 열어 이렇게 결정했다. 금융투자상품 분쟁 조정에서 원금 전액을 투자자에게 돌려주기로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일 정도로 이례적이다. 그만큼 해당 금융투자상품의 판매 과정에 중대한 결함이 있었다는 뜻이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 6월 말 분쟁조정위원회를 열어 2018년 11월 이후 판매된 라임 무역금융펀드 4건에 얽힌 판매사들(우리은행, 하나은행, 신한금융투자, 미래에셋대우)에 투자 원금 전액을 반환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 판매 당시 최대 98%까지 손실을 볼 수 있을 정도로 엉터리 상태였음에도 아무 문제 없는 것처럼 속여서 팔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 배상 금액은 우리 650억원, 신한금투 425억원, 하나 364억원, 미래에셋 91억원에 이른다.

금융투자상품을 둘러싼 금융사와 소비자 간 분쟁 때 정해지는 손실 배상률은 대개 20~30% 수준이었고, 높아야 50%를 넘지 않았다. 국외금리연계형 파생결합펀드(DLF) 피해에 80% 배상 결정이 나온 바 있지만, 예외적인 사례였다. 이를 넘어 100% 반환 결정으로까지 이어졌다는 것은 해당 금융투자상품의 판매가 상품 설명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이뤄진 불완전 판매를 넘어 사실상 사기를 친 거나 마찬가지였음을 확인했다는 의미다. 특히 국내 금융권에서 메이저급인 유수의 금융회사들에 의해 저질러졌다는 점에서 충격일 수밖에 없다.

라임 사태를 앞뒤로 터진 디엘에프와 옵티머스 사태로 펀드 시장은 물론 금융권 전체가 신뢰의 위기를 겪고 있는 터다. 금융 사고가 터질 때마다 지적한 바 있지만, 이는 경영진이 실적 올리기에만 급급해 금융소비자 보호라는 금융의 기본을 망각한 결과다. 그 바탕에는 이사회와 감사 조직이 경영진 견제라는 제 역할을 못 하는 구조적인 문제점이 깔려 있다. 사외이사가 거수기 노릇에 머물고 회장·행장이 ‘셀프 연임’을 하는 낡은 행태가 이어지고 있는 것과도 무관치 않다.

라임 사태를 비롯한 여러 건의 사모펀드 금융 사고와 관련 검찰 수사와 형사 재판 등 법적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책임자들에 대한 단죄를 통해 금융 신뢰를 회복하는 길로 이어져야 한다. 은행을 비롯한 해당 금융사 경영진은 응분의 책임을 지고 금융권 전체가 금융 윤리의식을 다지는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

금융권 일각에선 전액 반환 결정을 두고 투자자의 자기책임 원칙을 무너뜨리는 것이라는 반론도 나온다고 한다. 투자에 대한 책임은 기본적으로 투자자에게 있다는 원칙의 강조는 백번 맞는 말이지만, 거기엔 전제가 있다. 정보의 비대칭 구조에서 우위에 서 있는 금융회사들이 금융의 기본 룰을 지켜야 한다는 점이다. 이것 없이 강조하는 투자자 책임 원칙은 허구적이다. 비슷한 금융 사고가 잇따라 터졌다는 점에서 금융권의 각성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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