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정오(왼쪽 넷째)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위원장과 조합원들이 3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법외노조 통보 처분 취소 소송 상고심 선고를 마치고 법정을 나와 구호를 외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대법원이 3일 전원합의체를 열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에 대한 법외노조 처분이 위법하다고 결정했다.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3년 10월 고용노동부가 전교조에 ‘교원노조법에 의한 노동조합으로 보지 않는다’며 법외노조를 통보한 것에 맞서 전교조가 취소 소송을 낸 지 7년 만에 내려진 판단이다. 그 7년은 노동기본권을 함부로 침해하는 행정처분을 바로잡는 데 걸린 우여곡절의 시간이기도 하다. 비로소 전교조가 합법노조 자격을 다시 얻을 길이 열렸다.
대법원은 이날 “법외노조 통보의 근거인 노동조합법의 시행령은 헌법상 보장된 노동 3권을 본질적으로 제약하는 결과를 초래하기에 무효”라며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고용노동부의 처분은 전교조가 해직 교원 9명의 조합원 자격을 허용한 것은 위법이고, 이를 시정하지 않으면 노조 자격이 없다는 논리로 구성돼 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이 논리의 주요 근거인 시행령 조항 자체가 위법하다고 본 것이다.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것을 바로잡았다고 할 수 있다.
사실 전교조 법외노조 처분의 본질은 법리가 아니라 색깔론이었다고 봐야 한다. 전교조는 1989년 설립 당시부터 집요한 이념 공세의 대상이었고, 교원의 노조 할 권리를 인정받는 과정에서 조합원의 해고와 투옥 등 숱한 희생을 감내해야만 했다. 합법화 이후에도 조합원 명단 불법 공개 같은 부당한 공격에 시달렸다. 마침내 양승태 사법부가 전교조 소송을 박근혜 정부와의 사법 거래 대상으로 삼은 의혹까지 불거졌다.
국민의힘 소속 국회 법제사법위원들이 대법원 판결에 대해 “사법부가 독립성을 스스로 무너뜨렸다”는 취지로 낸 성명은 양승태 사법부의 잘못은 안중에도 없는 주장이다. 이들은 대법원 판결이 정부가 지난 6월 현직이 아닌 교원도 조합원이 될 수 있도록 한 교원노조법 개정안을 발의한 것에 편승한 것처럼 호도했다. 그동안 유럽연합(EU) 등 국제사회가 우리 교원노조법이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에 위배된다며 개정을 거듭 촉구해온 사실은 애써 외면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7월 실업자와 해직자의 노조 할 권리 등을 보장하는 협약 비준 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국민의힘은 대법 판결에 철 지난 정치적 색깔을 씌울 게 아니라 국제노동기구 핵심협약 비준에 협조하고, 국제사회 표준에 크게 뒤처진 노동 관련 법률의 개정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