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위원 시절 피감기관들로부터 공사를 특혜 수주했다는 등의 의혹을 받고 있는 박덕흠 국민의힘 의원이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덕흠 국민의힘 의원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와 행정안전위원회 시절에 가족이 소유한 건설회사가 피감기관으로부터 거액의 관급공사를 수주한 사실이 드러나 ‘이해충돌’ 논란이 불거지며 국민의 공분을 사고 있다. 같은 당 윤창현 의원도 삼성물산 사외이사 시절 제일모직과의 불공정 합병에 찬성한 전력 때문에 정무위원회 활동이 부적합하다는 지적을 받는다.
공직자가 지위를 남용해 사익을 추구하고, 공정한 직무 수행을 해치는 것을 막는 ‘이해충돌 방지’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권고하는 ‘글로벌 스탠더드’다. 우리도 2013년 이후 관련 법이 계속 국회에 제출됐으나 번번이 입법이 무산됐다.
21일 국회 정무위원회는 국민권익위원회가 다시 제출한 이해충돌방지법 제정의 필요성을 논의했다. 정부는 20대 국회 때도 관련 법을 발의했으나 폐기된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권익위에 법 제정에 적극 나서라고 촉구했다. 법안 처리는 국회 권한이다. 권익위를 다그칠 일이 아니다. 국회가 의지를 갖고 처리하면 된다.
법안의 핵심은 가족이 공직자의 직무관련자와 금전 거래, 주식과 부동산 거래, 물품·용역·공사 계약 체결을 하는 걸 알면 소속 기관장에게 신고하는 것이다. 또 직무관련자가 사적 이해관계자임을 안 경우 소속 기관장에게 신고해 회피해야 한다.
만약 관련 법이 이전에 국회를 통과했다면 지금과 같은 논란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박 의원은 “관급공사 수주 관련 외압이나 청탁이 없었고, 공개입찰로 이뤄져 문제 될 게 없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해충돌방지법안에 따르면 박 의원 가족이 소유한 건설회사가 피감기관과 맺은 공사계약은 신고 대상이다. 계약이 미리 공개됐다면 좀 더 엄격한 감시가 이뤄져, 이 문제가 6년간 방치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이해충돌 논란이 처음은 아니다. 손혜원 전 의원이 지난해 전남 목포의 도시재생사업 계획 정보를 미리 알고 부동산을 사들인 의혹이 제기됐을 때도 논란이 거셌다.
이럴 때마다 이해충돌 방지에 공감대가 이뤄졌으나, 2013년 권익위가 처음 법안을 발의한 이후 국회는 지금까지 허송세월을 보냈다. 2015년 제정된 김영란법도 부정청탁 금지와 함께 이해충돌 방지 조항이 포함됐으나, 막판에 제외됐다. 이제는 국회가 8년째 잠들어 있는 이해충돌방지법을 깨워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