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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도 넘은 ‘박원순 사건’ 피해자 2차 가해, 용납 안된다

등록 2020-09-21 19:42수정 2020-09-22 02:43

김재련 변호사가 지난 7월13일 ‘서울시장에 의한 위력 성추행 사건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김재련 변호사가 지난 7월13일 ‘서울시장에 의한 위력 성추행 사건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 사건과 관련한 2차 가해가 도를 넘고 있다. 일부 유튜버뿐 아니라 언론인까지 피해자와 피해자 대리인을 공격하는 ‘음모론’을 유포하고 있다. 인터넷 언론 <고발뉴스>의 이상호 기자는 지난 18일 ‘김재련 ‘해바라기센터’ 비밀이 풀렸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김재련씨는 (성폭력 사건에 관한 정보를 가장 많이 알고 있는) 성의 국정원장이나 다름없었다”고 주장했다. ‘성의 국정원장’이라니 황당해서 말문이 막힐 지경이다. 성추행 사건에 대한 기본적인 보도준칙마저 망각한 2차 가해다.

이상호 기자의 주장은 단순한 팩트부터 틀렸다. 그는 해바라기센터가 박근혜 정부 시절 한나라당(새누리당) 인사들에 의해 만들어졌다고 했는데, 사실이 아니다. 해바라기센터는 노무현 정부 때인 2004년 성폭력특별법 제정 10년을 맞아 아동·청소년 성폭력 피해에 대한 종합 지원을 위해 정부 위탁기관으로 첫발을 뗐다. 인터넷 검색 한두번만 해도 확인할 수 있는 가짜뉴스다.

더 나아가 이 기자는 2015년 여성가족부 권익증진국장을 하던 김재련 변호사가 운영위원을 맡으면서 이곳으로 들어오는 모든 정보를 입수했을 것이라고 추정하고는, 이 가운데 일부 사건만 문제를 제기해 현 여권 인사들의 비위만 두드러졌다고 단정했다. 운영위원이 모든 성폭력 사건 정보를 장악한다는 건 지나친 억측이다.

앞서 지난 17일엔 유튜브 ‘열린공감티브이’가 2019년 박 전 시장 생일에 촬영됐다는 동영상을 공개하며, 한 여성을 피해자로 지목했다. 동영상은 얼굴을 모자이크 처리했지만, 박 전 시장과 친근하게 행동하는 모습을 강조하며 “누가 누구를 성추행하는 것인가, 저 모습이 4년 동안 성적 괴롭힘을 당한 사람이라고 볼 수 있나” 등의 자막을 붙였다. 피해자에게 ‘피해자다움’을 추궁하는 악의적인 2차 가해다. 이 동영상은 21일까지 40만회 이상 조회 수를 기록하며 3천개가 넘는 악성 댓글이 붙었다.

박 전 시장 성추행 의혹 사건의 2차 가해는 두달 동안 잦아들기는커녕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실체적 진실의 규명과는 무관한 공격이 이어지면서 피해자의 안전마저 우려되는 실정이다. 누리꾼들의 가해 행위를 자제시켜야 할 언론인이 오히려 적극적으로 가담하는 행태도 개탄스럽기 이를 데 없다. 2차 가해를 엄중 조처하겠다고 했던 경찰은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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