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22일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회의실에서 이낙연 대표를 만나 ‘공정경제 3법’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공정경제 3법’의 정기국회 심의를 앞두고 재계의 발걸음이 바빠졌다. 여야 지도부가 법안 처리에 공감대를 보이자 대응을 서두르는 모양새다. 눈에 띄는 건 대한상공회의소의 행보다. 박용만 회장은 지난 21일 기자간담회를 열어 “불공정 거래를 바로잡고 대주주의 전횡을 막겠다는 입법 취지는 잘 이해한다”며 법안 필요성에 공감을 표했다. 그러면서 “신중한 논의와 보완 장치 마련”을 요청했다. 핵심 쟁점 조항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대안도 제시했다. 박 회장은 22일엔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잇따라 만나 이런 의견을 전달하고, “경제계 의견을 듣는 과정을 거치겠다”는 답변을 받았다.
앞서 전경련과 경총 등 다른 경제단체들이 공정경제 3법을 ‘기업 옥죄기법’이라며 입법 저지 방침을 밝힌 것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기업에 부담이 된다고 무조건 반대하는 구태를 벗어난 성숙한 태도는 높이 살 만하다. 법안에 대한 의견과 대안을 제시한 것 또한 합리적 태도다.
물론 상의가 내놓은 대안에 선뜻 동의하긴 힘들다. 시민단체와 전문가들은 “입법 취지를 무력화·형해화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다만 입법 취지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라면 논의 자체를 배격할 이유는 없다고 본다. 예컨대, 상법 개정안 중 감사위원 선출 때 대주주만 특수관계인 지분을 합산해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조항은 시민단체들도 역차별 가능성을 부정하지 않는다. 충분한 검토와 생산적 협의를 통해 균형점을 찾을 수 있다는 얘기다. 국회가 이 역할을 하기를 바란다.
지금은 공정경제 3법의 국회 통과 기대감이 높지만, 이전에도 그랬듯이 막상 국회가 열리면 상황이 녹록지 않을 것이다. 김종인 위원장과 일부 의원을 제외하곤 국민의힘 의원들은 여전히 반대 기류가 더 강하다. 해당 상임위원회인 정무위와 법제사법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 14명 가운데 <한겨레>에 입장을 밝힌 11명 중 9명이 유보·반대 입장을 내놨다. 경영권 방어를 명분 삼아 차등의결권 등 개악 법안을 들고나올 가능성마저 있다.
다른 경제단체들 사이에선 “상의가 너무 양보했다”는 불만이 나온다. 어불성설이다. ‘공정경제 3법’은 재벌 대기업에 한참 기울어진 운동장을 정상화하는 출발점이다. 재계도 이제는 시대 변화에 맞춰 고칠 건 고쳐가며 시장경제 질서를 바로잡는 일에 동참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