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무장지대(DMZ)를 통과·출입하려면 반드시 유엔군사령부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지에 대한 논란과 관련해, ‘군사적 성질에 속하는 출입에만 유엔사가 판단을 내려야 한다’는 국방부의 첫 공식 유권해석이 나왔다. 국방부는 지난달 30일 전해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한국전쟁 정전협정 관련 질의에 이런 답변을 담은 자료를 제출했다. 공식 유권해석도 내놓은 만큼 이제 국방부는 비무장지대 출입 과정에서 주권 침해 논란이 재연되지 않도록 유엔사와 공식 협의에 나서야 할 것이다. 그동안 유엔사는 남북 철도 공동조사 등 비군사적 목적의 비무장지대 출입을 뚜렷한 이유 없이 불허해 남북 교류협력에 제동을 건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유엔사의 평상시 주 임무는 정전협정 유지 관리다. 유엔사는 군사분계선과 비무장지대 통과·출입 허가권을 행사하고 있다. 누구든 어떤 목적이든 비무장지대를 출입하거나 군사분계선을 통과하려면 유엔사의 승인을 받아야 했다. 유엔사는 이 권한을 이용해 남북관계에 개입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2000년 이후 남북정상회담 뒤 남북 교류협력이 활발해질 때마다, 유엔사는 분명한 기준도 없이 비군사적 성격의 비무장지대 출입 신청을 불허하곤 했다. 2018년 8월엔 우리 정부가 북쪽 경의선 철도 조사를 위해 군사분계선 통과를 신청했지만 불허됐다. 2018년 4·27 남북정상회담의 주요 합의사항이었던 경의선·동해선 철도 현대화 사업은 시작부터 난항을 겪었다. 앞서 2002년 남북 도로·철도 연결구간 지뢰제거 작업을 상호 검증하는 남북 조사단의 군사분계선 통과를 앞두고 유엔사는 한국군에 유엔사 승인 절차를 밟으라고 요구했다.
유엔사는 승인 불허 이유로 대부분 ‘안전’ 문제를 내세우지만, 우리 정부가 안전이 확보된 장소에서만 승인 신청을 해왔기 때문에 설득력이 떨어진다. 유엔사가 미국의 이익을 우선해 월권을 한다는 의심을 받는 이유다.
정부는 유엔사와 협의해 주권 침해 논란까지 빚어온 비무장지대 출입 허가 절차를 개선하기 바란다. 정전협정 서문은 유엔사의 권한에 대해 군사적인 성질에 속하는 것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비군사적 목적의 비무장지대 출입까지 유엔사가 승인해온 것은 정전협정의 취지와 맞지 않는다고 본다. 승인제가 아니라 신고제로 바꾸는 등 현실적인 대안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우리 국격에 걸맞은 개선 방안을 찾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