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주택 중산층까지 대상을 확대하는 공공임대주택인 ‘질 좋은 평생주택’의 공급이 재정 부담을 내세운 기획재정부의 반대에 막혀 있다. 집값 급등에 대한 불안 때문에 너도나도 주택 구입에 뛰어드는 악순환을 끊으려면 무주택자가 안심하고 살 수 있는 공공임대주택을 늘리는 게 지름길이다. 그러려면 무엇보다 ‘공공임대주택=작고 질 낮은 주택’이라는 고정관념부터 깨야 한다. 기재부가 주택시장 안정이라는 국가적 과제를 외면하고 경제성 논리에만 얽매이는 것은 관료들의 근시안적 발상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문재인 대통령은 8월 초 “주택시장 안정을 위해 공공임대주택을 저소득층을 위한 소형 영구임대주택뿐만 아니라 중산층까지 포함해 누구나 살고 싶은 ‘질 좋은 평생주택’으로 확장하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관계부처 협의자료를 분석한 결과, 기재부는 “임대주택 관련 재정 투입 규모가 계속 늘어, 공공임대주택을 중형 규모로 확대하는 것은 재정 여건상 어렵다”며 반대한다. 또 공공임대주택 정책 취지는 저소득층의 주거 복지를 위해 공공재정을 투입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우리나라는 전체 주택 중에서 장기 공공임대주택이 차지하는 비중이 7%에 그친다. 2025년까지 10%로 높인다는 정부 목표를 고려해도 이미 20~30%에 이르는 선진국에 비하면 턱없이 낮다. 그나마 12평 이하의 저소득층용 위주여서, 주택시장 안정 효과를 기대하기에는 역부족이다.
기재부의 반대는 공공임대주택의 공급 대상을 중산층까지 넓히는 정책 패러다임 전환을 통해 주거 복지와 집값 안정을 함께 이루려는 문 대통령의 정책 구상과 배치된다. 이재명 경기지사도 무주택자라면 소득 수준에 관계없이 누구나 입주해 30년 이상 거주할 수 있는 질 좋은 장기 공공임대주택인 ‘기본주택’ 계획을 내놓았다.
기재부의 주장에 대해 국토교통부는 주택도시기금 여유 자금이 36조원에 달해 평생주택 공급 여력이 충분하다고 반박한다. 기재부가 내놓은 대안도 실효성이 의문시된다. 기재부는 입주자의 소득 요건은 없애지만 임대료를 주변 시세와 비슷하게 받는 ‘중산층 전용 임대주택’을 제시했다. 이는 박근혜 정부가 추진했다가 성과를 내지 못한 중산층용 민간기업형 임대주택인 ‘뉴스테이’와 큰 차이가 없다. 임대료가 비슷한데 굳이 공공주택을 선택할 국민이 얼마나 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