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배달노동자가 일하고 있는 모습.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택배기사가 배송 업무 중 숨지는 사고가 또 일어났다. 과로사 정황이 짙다. 올해 들어서만 벌써 8명째다. 정부와 업계가 경각심을 갖고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할 일이다.
민주노총 택배연대노조에 따르면 지난 8일 오후 서울 강북구에서 택배 배송 업무를 하던 씨제이(CJ)대한통운 소속 김아무개(48)씨가 갑자기 호흡곤란 상태에 빠져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숨졌다. 노조는 김씨에게 지병이 없었다는 점에서 과로가 직접 영향을 끼친 걸로 보고 있다.
노조가 전한 김씨의 업무 강도는 그야말로 살인적이다. 20년 경력인 그는 매일 새벽 6시30분에 출근해 밤 9~10시에 퇴근하며 하루 평균 400개 넘는 택배 물품을 배송했다고 한다. 김씨뿐 아니라 택배 노동자들은 대개 하루 14시간 안팎 쉴 틈 없이 뛰며 300~400개에 이르는 물품을 날라야 한다. 올 들어 택배 노동자의 사망이 8건에 이른 데서 짐작할 수 있듯 비극적인 일이 언제든 벌어질 수 있는 아슬아슬한 여건이다.
택배 업무 중 사망해도 산재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수가 많다는 점은 안타까움을 더한다. 택배기사는 산재보험 적용 대상인 특수고용직 14개 직종에 포함되나, 김씨처럼 본인이 신청하면 제외된다. 보험료 부담을 덜려는 사업주의 요구에 따른 경우가 많다고 한다.
무엇보다 택배회사들의 각성이 필요하다. 인력을 충원해 이른바 ‘공짜노동’으로 일컬어지는 분류작업의 부담이라도 우선 줄여줘야 한다. 추석 연휴 직전 택배업계는 분류 작업에 인력을 추가 투입한다는 대책을 발표해놓고선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 노동자 사망사고의 책임에서 자유롭다고 할 수 없는 까닭이다. 올해 사망 노동자 8명 중 5명과 얽힌 씨제이대한통운은 특히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명확한 해명과 대책을 내놓기 바란다.
정부는 지난 6일 ‘필수노동자 범정부 티에프(TF)’ 출범 회의에서 현재 진행 중인 택배기사 실태조사를 바탕으로 내년 2월 과로방지·건강보호 대책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대책 마련에 나선 것은 평가할 만하나, 사망 사고가 잇따르는 상황에 견주면 너무 더디다. 대책 마련에 속도를 내야 할 것이다. 국회에 제출된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의 본회의 통과도 절실하다. 이 법은 택배·배달 산업의 투명화, 종사자들의 노동조건 개선과 고용 안정을 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정치권의 관심과 화답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