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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외국인 편견’ 가득 찬 법무부 국제결혼 안내책자

등록 2020-10-13 18:14수정 2020-10-14 02:42

법무부가 2019년 발행한 국제결혼 안내 프로그램 교재 일부. 김진애 의원실 제공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법무부가 국제결혼을 하는 한국인 배우자를 위해 제작한 안내 책자에 인종차별적인 내용을 담은 것으로 드러났다. 김진애 열린민주당 의원은 13일 베트남, 중국, 필리핀 등의 국민성을 부정적으로 표현한 국제결혼 안내 프로그램 교재 ‘결혼 풍속과 사회문화 이해’의 일부 내용을 공개했다. 외국인 배우자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한 교재에서 차별과 편견을 조장하다니 황당하기 짝이 없다.

문제가 되는 내용을 보면 ‘베트남 사람들은 자신이 잘못한 일에도 끝까지 변명을 대며 잘못을 인정하지 않으려고 하는 경향이 강하다’ ‘캄보디아인은 돌변하는 습성이 있어서 자존심을 상하게 하면 폭행을 가하기도 한다’ ‘필리핀인은 약속을 기일 내에 지키려고 하지 않는다’ ‘태국인들은 깊은 사고를 하거나 창조적 고통을 기피하고 무슨 일이든 일찍 끝내기를 바란다’ 등 비합리적인 편견으로 가득 차 있다.

한국인이 중개업체를 통해 주로 국제결혼을 하는 7개국의 국적자와 결혼하려면 이 교육 프로그램을 의무적으로 이수해야 한다. 중개업체를 통한 국제결혼이 늘어나던 초창기 상대방 문화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발생하는 가정폭력 등을 막고자 도입한 교육인데도, 배우자를 관리·통제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비뚤어진 관점을 심어주고 있다. 게다가 이 교재는 다문화가족이 100만명을 넘어 한국 사회의 주요 구성원으로 자리잡은 2019년에 만들어졌다. 가장 높은 수준의 인권의식을 갖춰야 할 정부 부처가 우리보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나라에서 신부를 사온다고 생각하는 ‘매매혼’의 인식 수준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니 개탄스러운 일이다.

지난 3월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가 국내 거주 이주민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10명 가운데 7명이 한국에 인종차별이 존재한다고 답했다. 서구 사회에서 당하는 차별에는 민감하면서도 자신이 차별의 가해자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지 못하는 우리의 자화상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국민의 차별의식을 교정해야 할 정부가 시대착오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으니 우리 사회의 인권감수성이 제자리를 맴돌 수밖에 없다.

12일 국정감사에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안내 책자의 내용과 관련해 “사회통합적 차원에서 문제가 있는 표현”이라고 답했다. 법무부는 문제가 되는 내용을 지체 없이 바로잡아야 할 것이다. 인권을 책임지는 부처로서 통렬한 반성을 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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