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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스가 총리 ‘강제동원-정상회의’ 연계, 부당하다

등록 2020-10-14 09:07수정 2020-10-14 09:15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9월24일 문재인 대통령과 한-일 전화회담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일본총리관저 제공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9월24일 문재인 대통령과 한-일 전화회담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일본총리관저 제공

일본 정부가 한중일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조건으로 우리 정부에 비상식적인 요구를 해왔다고 한다. 강제동원 피해자들에게 배상하라는 한국 대법원의 판결을 이행하지 않고 있는 일본 기업의 한국 내 자산을 매각(현금화)하지 않겠다고 한국 정부가 보증해달라는 뜻을 전달했다고 일본 언론들이 13일 보도한 것이다. 한국과 일본 정부 모두 이 보도를 공식적으로 확인해주지는 않았지만, 최근 일본 정부의 태도를 감안할 때 사실일 가능성이 높다. 일본 정부의 요구는 ‘한국 법원 판결의 집행을 행정부가 막아달라’는 것이다. 민주주의 기본 원칙인 3권 분립을 무시한 상식 밖의 주장이다. 우리 정부가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2008년 시작된 한중일 정상회의는 해마다 3국이 돌아가며 열고 있는데, 올해는 우리가 의장국으로 연내 서울에서 개최하는 방안을 중국, 일본과 협의해왔다. 앞서 지난달 말 일본 외무성 간부는 일본 기자들에게 강제동원 배상 소송과 관련해 ‘한국 정부가 일본 기업 자산을 매각하지 않는다고 약속해야 스가 요시히데 총리가 한국을 방문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해마다 정례적으로 개최돼온 한중일 정상회의 참석에 전제조건을 다는 것은 일본 스스로 국격을 깎아내리는 일이다. 만약 스가 총리가 한중일 정상회의에 참석하지 않으면 일본에도 손해라는 걸 깨닫기 바란다.

최근 한국과 일본은 기업인 특별입국절차 시행에 합의해 코로나 사태로 지난 3월 중단된 양국 인적 교류가 7개월 만에 재개됐다. ‘현금화를 중단해야만 정상회의를 하겠다’는 일본 정부의 요구는 양국 관계 회복 조짐에 찬물을 끼얹는 일이다.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이 지난 2일 독일 외무부 장관과의 회담에서 베를린에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 철거를 요청한 탓에 스가 정부에 대한 우리 국민들의 인식이 나빠졌다.

일본에서는 스가 총리가 취약한 국내 정치 기반을 강화하려고 한국을 향해 ‘현금화 중단’ 요구를 고수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반면 한국 정부는 사법부 판결에 개입할 수 없다는 원칙을 분명히 해왔다. 양쪽 입장이 계속 맞설 경우 스가 총리 연내 방한은 불가능해진다. 스가 총리는 지난달 24일 문재인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한-일 관계를 방치해선 안 된다’고 밝힌 바 있다. 스가 총리가 한-일 관계를 파탄 지경에까지 몰고 간 아베 전 총리의 그늘에서 벗어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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