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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월성1호기 감사 결과, ‘소모적 정쟁’ 더는 안된다

등록 2020-10-20 18:46수정 2020-10-21 02:09

경제성 평가 잘못은 앞으로 개선해야
나무만 보고 숲은 안 본 감사는 유감
에너지 전환 정책 일관되게 추진하길
감사원이 ‘월성 1호기 조기폐쇄 결정의 타당성 점검’ 감사 보고서를 공개한 20일 오전 최재형 감사원장(왼쪽)이 서울 종로구 삼청동 감사원으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감사원이 ‘월성 1호기 조기폐쇄 결정의 타당성 점검’ 감사 보고서를 공개한 20일 오전 최재형 감사원장(왼쪽)이 서울 종로구 삼청동 감사원으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월성1호기 원전의 조기 폐쇄 결정 때 경제성이 실제보다 낮게 평가됐다는 감사원의 감사 결과가 20일 나왔다. 그러나 감사원은 안전성이나 지역 수용성 등을 감사하지 않아 조기 폐쇄 결정의 타당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단서를 달았다. 국회 요구로 지난해 10월 이후 1년 남짓 진행한 감사에서 회계상의 일부 잘못 말고 이렇다 할 문제점이 확인되지 않은 셈이다.

감사원은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생산전기 판매단가가 상대적으로 낮게 추정되는 기준을 적용해 경제성을 평가한 것이 잘못됐다고 짚었다. 반면, 즉시 가동을 중단하면 줄일 수 있는 인건비와 수선비 등의 비용 절감 부분을 너무 많이 잡았다고 지적했다. 한수원이 예상 수익과 비용을 정확히 계산하지 못한 부분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감사원도 원전 수명 연장에 따른 안전설비 추가와 방사성폐기물 비용 등 계속해서 늘어나는 유지 비용에 대한 평가를 도외시함으로써 엄밀하고 다각적인 경제성 평가를 했다고 보기 어렵다.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않은 셈이다.

감사원이 이번 감사의 목적이었던 월성1호기 조기 폐쇄 결정의 타당성에 대해 판단을 내놓지 않은 것은 더 큰 문제다. 원전의 폐쇄 여부를 결정하려면 경제성 못지않게 안전성과 지역 수용성도 중요하게 고려해야 한다는 건 상식에 속한다. 한수원 이사회가 조기 폐쇄를 결정할 당시 회의록에는 경제성뿐 아니라 정부의 에너지 전환 정책과 안전성, 지역 주민들의 수용성 등의 측면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사실이 적시돼 있다. 박근혜 정부 때인 2015년 고리1호기 영구정지 결정 때도 경제성만 놓고 보면 계속 가동하는 것이 폐쇄하는 것보다 1600억원가량 경제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왔으나, 안전성과 지역 수용성 등을 고려해 폐쇄를 결정한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이번 감사는 감사 기간 내내 온갖 논란과 잡음에 휩싸였다. 그 배경에 정부의 에너지 전환 정책에 대해 어떻게든 발목을 잡아보려는 ‘친원전 세력’의 정치적 의도가 있었다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애초 큰 틀의 정책적 결정 사항을 놓고 감사를 요청한 것부터가 적절하지 않았음을 이번 감사 결과가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그런데도 이번 감사 결과를 두고 보수 야당과 언론은 여전히 “문재인 정권이 국가의 기본 시스템을 파괴한 행태”라느니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대한 사망선고”라느니 터무니없는 주장을 멈추지 않고 있다.

원자력발전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세계적으로 감소 추세다. 문재인 정부 역시 이러한 세계적 흐름에 맞춰 탈원전 정책을 추진하면서 에너지 전환 로드맵을 제시했고, 월성1호기는 이런 정책 이행의 일환으로 폐쇄 결정이 났다. 감사원의 감사 결과가 나온 만큼 탈원전 정책을 흔드는 소모적 논란은 이제 끝내야 한다. 정부는 지적 사항을 보완하되 에너지 전환 정책을 일관성 있게 추진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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