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가 9억 이하 주택의 재산세 감면 조례를 공포한 23일 오전 서초구청의 한 직원이 개정 조례가 실린 구보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중저가 1주택’의 재산세율 인하 방안을 이번주 안에 당정 협의를 거쳐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28일 열린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 뒤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이 곧 발표될 예정인바, 이와 연계해 중저가 1주택을 보유한 서민들의 재산세 부담이 늘어나지 않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내년부터 공시가격의 시세 반영률이 단계적으로 높아지는 만큼, 이로 인해 1주택 서민층의 세금 부담이 갑자기 늘지 않도록 보완하겠다는 것이다.
중저가 1주택 보유자라도 집값이 올랐으면 그만큼 세금을 더 내는 것이 조세 원칙에 부합한다. 정부의 재산세 인하 계획에 대해 조세 원칙을 허물고 선거를 의식해 세금을 깎아주는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또 재산세 인하는 보유세 강화라는 정부의 부동산 정책 기조에 어긋나는 것이어서 자칫 시장에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든다.
다만 코로나 사태로 가계 형편이 어려운 시기에 서민들의 세금 부담 증가를 줄여주기 위한 정책적 노력을 무조건 반대하기도 어렵다. 집값과 공시가격이 동시에 올라가면 1주택 서민층에겐 만만찮은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을 흔들림 없이 추진한다는 전제 아래 검토할 만하다고 본다.
재산세 인하 대상 주택 가격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은 공시가격 9억원 미만 주택까지 재산세율을 인하하자고 주장하고, 정부는 난색을 표명하고 있다고 한다. 민주당의 주장은 인하 대상을 너무 넓힌다는 점에서 지나쳐 보인다. 공시가격 9억원은 실거래가로 치면 12억∼13억원 수준으로, 종합부동산세 과세 대상이다. 서울 강남권 아파트 가운데 상당수도 여기에 포함된다. 과연 이런 주택을 ‘중저가 주택’으로 보는 게 타당한가. 이런 주택에 세금을 깎아주는 게 서민을 위한 정책이라고 말할 수 있는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들 뿐 아니라, 조세 형평성 논란이 불거질 수밖에 없다. 정부와 여당은 서민층을 위한 정책이라는 취지에 맞게 기준을 정하기 바란다.
세율 인하 폭 역시 적정선을 찾아야 한다. 이미 공시가격 9억원 미만은 3~5년간 공시가격 현실화율 속도를 연간 1%포인트 미만으로 제한할 방침이라고 하지 않았는가. 여기에 재산세율까지 너무 낮추면, 집값은 올랐는데 오히려 세금은 덜 내는 사례까지 나올 수 있다. 조세 원칙과 서민 정책을 아우르는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