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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재벌 총수 닮아가는 금융지주 회장들, 우려스럽다

등록 2020-11-01 18:35수정 2020-11-02 02:41

왼쪽부터 조용병 신한금융, 운종규 케이비금융, 김정태 하나금융, 손태승 우리금융 지주 회장.
왼쪽부터 조용병 신한금융, 운종규 케이비금융, 김정태 하나금융, 손태승 우리금융 지주 회장.
올해 임기가 끝나는 금융그룹 회장 3명이 모두 연임에 성공했다.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과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은 두번째, 윤종규 케이비금융 회장은 세번째 임기다. 내년 초 임기가 만료되는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의 네번째 연임설도 흘러나온다. 금융지주 회장이 모두 연임한다면 처음 있는 일이다.

이들이 경영 성과를 바탕으로 재도전하는 것 자체를 문제 삼을 일은 아니다. 최고경영자(CEO)의 장기 재임이 경영 지속성을 높이고 장기적인 미래 투자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도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이들이 현직 프리미엄을 활용해 이사회의 독립성과 견제 기능을 외려 후퇴시키는 게 아니냐는 점이다. 특별한 대주주가 없다 보니 현직 최고경영자가 차기 선출에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구조가 고착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오죽하면 금융지주 회장이 점점 재벌 회장을 닮아간다는 소리가 나오겠는가.

금융그룹 회장 선출은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란 내부 기구를 통해 나름 투명한 절차를 거치게 돼 있다. 2017년 윤종규 회장이 회추위에 자신의 이름을 올려 ‘셀프 연임’ 논란을 빚은 뒤엔, 회추위 전원을 사외이사로 채우는 등 관련 내규를 더 강화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공정 시비가 끊이지 않는 건, 내부 이사는 물론 사외이사 대부분을 자기편으로만 채우는 현실 때문이다. 회장 인사권을 활용해 계열사 사장 등 유력한 경쟁 후보를 미리 낙마시키는 행태도 문제다. 그래 놓고 마땅한 대안이 없으니 연임이 불가피하다는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이런 상황에서 시스템만 형식적으로 바꾼다고 실질적인 공정성이 확보되겠는가.

과거 금융당국이 금융지주 회장들을 사실상 낙점하는 ‘관치’의 시대로 다시 돌아갈 수는 없다. 하지만 투명한 이사회 시스템이 자리잡지 못하고 ‘회장 1인 체제’로 흐르는 건 또 다른 퇴행이 아닐 수 없다. 조직의 다양성을 해치고 줄세우기와 파벌 문화로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국회에 금융그룹 회장 선임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개정안이 여러 건 제출돼 있다. 무엇보다 노동자 대표의 회추위 참여 등 공정성을 확보할 실질적인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금융회사의 공적 기능을 고려할 때, 회장 임기를 제한하는 방안도 검토해볼 만하다. 가장 바람직한 건 회장들이 무리한 연임 욕심을 버리고 공정한 후임 승계 관행을 스스로 만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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