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노동조합총연맹에서 열린 삼성전자 노사 단체교섭 상견례 및 1차 본교섭에서 노사 교섭위원들이 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삼성전자 노사가 3일 단체교섭에 들어갔다. 삼성전자 사업장에 속한 4개 노동조합의 공동교섭단은 이날 회사 쪽과 상견례를 겸한 1차 본교섭을 벌여 교섭을 위한 기본 원칙과 실무적 사안에 합의했다. 공동교섭단은 삼성전자 최초의 단체협약 체결을 목표로 삼고 있다. 회사 쪽이 실질적으로 단체교섭에 응한 것은 삼성전자 51년 역사상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노사 모두 신뢰를 지키며 성실히 대화를 이어가 서로가 상생하는 결실을 맺기 바란다.
한 기업의 단체교섭에 우리 사회의 눈과 귀가 쏠리는 것은 역시 삼성전자를 비롯한 그룹 전체가 창업주 이래 최근까지도 ‘무노조 경영’ 방침을 고수해왔기 때문이다. 이런 초헌법적인 경영 방침을 유지하기 위해 회사 쪽이 온갖 무리수를 동원했고, 이에 맞선 노동자들의 험난한 싸움과 비극적인 희생이 이어져온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자회사인 삼성전자서비스의 협력사 노동자가 노조 탄압에 맞서 스스로 극단적인 선택을 하자 경찰을 사주해 고인의 주검까지 탈취한 것이 불과 6년 전의 일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5월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해 무노조 경영 철회를 약속했다. 사실상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파기 환송심 재판부와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에 떠밀려서 나온 사과이다 보니 진정성을 의심하는 눈길이 없지 않았다. 그런 면에서 이번 단체교섭은 이 부회장의 진정성을 입증할 수 있는 더없는 기회라고 볼 수 있다. 한국의 대표 기업이자 굴지의 글로벌 기업의 위상에 걸맞게 노사관계를 비롯한 기업 문화를 도약시킬 수 있는 기회임은 물론이다.
노조의 책임도 막중하다. 노조 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받기 위해 희생도 마다하지 않은 이들이 없었다면 이번 단체교섭도 없었을 것이다. 그들의 헌신을 헛되이 하지 않아야 한다. 4개 노조는 모두 설립된 지 1~2년밖에 되지 않고, 조합원 수도 다 합쳐봐야 몇백명에 불과하다. 10만명이 넘는 삼성전자 전체 노동자의 절대다수는 아직 미조직 상태다. 이번 단체교섭에서 의미 있는 성과가 나오면 조합원을 늘리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4개 노조가 연대해 전체 노동자를 아우르는 조직으로 성장하기 바란다.
삼성전자 노사가 합심해 상생의 노사관계를 만들어 무노조 때보다 뛰어난 성과를 내고, 우리 경제에도 더 크게 기여하기를 국민들은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