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부동산 공시가격을 시세의 90% 수준까지 끌어올리는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을 3일 발표했다. 지난달 27일 공청회에서 제시된 세가지 안 중 2안으로 확정한 것이다. 그동안 세금 부과의 기준이 되는 공시가격이 시장가격보다 크게 낮은 탓에 보유세 부담의 실효성이 떨어지고 조세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을 많이 받았다. 공시가격 현실화는 조세 형평성을 높이고 부동산 투기를 근절하는 일석이조의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된다.
올해 기준 공시가격 현실화율은 공동주택 69%, 단독주택 53.6%, 토지 65.5%에 그친다. 정부는 아파트 등 공동주택은 가격대별로 5~10년, 단독주택은 7~15년, 토지는 8년에 걸쳐 현실화율을 90%로 높이기로 했다. 월급이 오르면 자연히 세금이 늘어나듯, 부동산 가격이 오르면 보유세가 늘어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역대 정부가 공시가격 현실화 추진 계획을 내놓을 때마다 “사실상 증세”라는 반발에 부닥쳐 번번이 무산됐다.
이번에도 국민의힘은 공청회 직후 논평을 내어 “실질적 증세 목적”이라며 반대했다. 보수언론도 일제히 ‘세금폭탄론’을 꺼내들었다. 조세 저항을 부추기려는 의도로 볼 수밖에 없다.
한국은 보유세 실효세율이 2017년 기준 0.167%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0.396%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공시가격 현실화율이 낮은 게 주된 원인이다. 또 정부가 계획대로 공시가격을 올려도 100% 수준인 선진국보다는 여전히 낮다. 여야 합의로 지난 4월 국회를 통과한 ‘부동산 공시법’에도 공시가격을 사실상 시장가격으로 정의했다. 보수 야당과 언론의 주장이 설득력이 떨어지는 이유다.
공시가격이 오르면 재산세·종합부동산세가 일정 정도 늘어나는 것은 불가피하다. 최근 몇년 동안 집값이 크게 오른 점을 고려할 때, 일부 국민은 부담을 크게 느낄 수도 있다. 공시가격은 건강보험료·기초연금 등 60개에 이르는 각종 부담금의 산정 기준으로도 활용돼 국민 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광범위하다.
정부는 공시가격 현실화로 인한 서민·중산층의 세금 부담을 줄이고자 공시가격 6억원 이하 1주택자(1030만가구)의 재산세율을 향후 3년 동안 0.05%포인트씩 내리기로 했다. 정책 방향이 옳더라도 시행 과정에서는 항상 예기치 않은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정부는 제도적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도 소홀함이 없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