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가 4일 연설을 하기 전 마스크를 벗고 있다. 윌밍턴/AFP 연합
미국의 ‘역사적’ 대선에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승리를 향해 다가서고 있다. 미시간과 위스콘신 등 주요 경합주에서 역전승을 거두면서 ‘선거인단 270명 확보’ 고지를 눈앞에 두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무더기 소송전으로 맞서고 있지만, 바이든 후보의 당선 확정은 시간문제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바이든 캠프는 4일(현지시각) 인수위원회 사이트도 개설했다.
트럼프 시대가 가고 ‘바이든 시대’가 오더라도 미국 앞에 산적한 과제들은 그대로 남는다. 극단으로 분열된 미국의 모습은 이번 선거 과정에서도 생생하게 드러났다. 인종주의와 미국 우선주의로 똘똘 뭉친 트럼프 지지층 가운데 많은 이들은 무분별한 세계화 속에서 소외됐다고 느끼는 저학력 백인들이다. 지금의 미국은 기득권층과 엘리트들이 빈부격차와 약자들의 어려움을 외면했을 때 사회가 어떻게 망가질 수 있는지 보여주는 타산지석이다. 미국 사회의 통합 외에도 바이든 앞에는 코로나19 대응과 경제문제 해결 등 많은 도전이 기다리고 있다.
대외적으로는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 외교에 반대하며 동맹과 협력하는 외교를 공언해온 바이든 후보가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리더십을 복원할 수 있을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트럼프 임기 4년 동안 미국의 신뢰는 크게 추락했고 고립주의 여론도 여전히 강하게 남아 있다. 바이든 후보가 4일 밤 트위터에 글을 올려 “정확히 77일 안에 파리협정에 다시 가입하겠다”고 밝힌 것인 매우 긍정적인 신호다. 77일은 이날부터 대통령 취임식이 열리는 1월20일까지 기간이다.
미-중 갈등과 관련해선 바이든 역시 중국에 대한 견제를 이어가겠지만, 트럼프와 같은 극단적 방식보다는 동맹들을 결집해 ‘중국 대 다자’ 구도를 형성하려 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에겐 기회와 위험이 공존한다. 동맹을 중시하겠다는 바이든은 방위비 분담금 협상, 전작권 전환 등에서 한국 입장을 트럼프보다 존중할 가능성이 크지만, 우리에게 ‘반중국 동맹’에 참여하라는 요구 또한 커질 것이다. 바이든은 북한과의 외교를 지지하면서도 정상 간 담판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트럼프의 톱다운 방식에는 반대한다. 우리 정부는 바이든 외교안보팀과 신속히 협의해 입장을 분명히 전달하고, 협력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와 북-미 협상이 선순환을 이룰 수 있도록 우리가 주도하는 명확한 청사진도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