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9일 국회에서 이낙연 대표 주재로 ‘4ㆍ7재보선기획단 회의’를 열고, 기념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광역자치단체장 선거에 현역 국회의원이 출마할 경우 ‘공천 심사에서 25%를 감점’하는 당규를 적용하지 않도록 지난 8월 관련 규정을 바꾼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민주당은 8·29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규를 정비한 것이라고 설명하지만 설득력이 떨어진다. 민주당이 관련 당규를 개정한 8월19일은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보궐선거가 확정된 시점이었다. 또 지난 2일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의 귀책사유로 치러지는 재보선에 후보자 추천을 금지’하는 당헌을 개정하기 두 달여 전이다. 이런 정황들을 고려할 때, 민주당이 서울·부산시장 선거에 현역 의원을 공천할 수 있는 길을 트려고 당규를 바꾼 게 아니냐는 의심이 든다.
허영 민주당 대변인은 “다양한 참여를 보장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지, 꼭 서울·부산시장 선거를 위해 당규를 개정한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를 겨냥해 의도적으로 바꾼 게 아니라는 설명인데, 앞뒤가 맞지 않는다. 민주당은 지난해 말 소속 기초단체장들이 올해 4·15 총선 출마를 위해 중도 사퇴 움직임을 보이자 ‘현역 감점 당규’를 강화하면서까지 이들의 출마를 막았다. 2015년 당 혁신 차원에서 마련한 공천 관련 당규는 ‘각급 공직에 출마하기 위해 임기 4분의 3 이상을 마치지 않은 선출직 공직자가 출마하여 보궐선거를 유발하는 경우에 대해서는 심사 결과의 100분의 10을 감산한다’고 규정했는데, 감점 비율을 25%로 대폭 높인 것이다. 선출직 공직자는 임기 도중 다른 선거에 출마하지 말고 표를 준 유권자의 뜻을 받들어 직분을 충실히 수행하라는 의미다. 또 중도사퇴에 따른 보궐선거 실시를 최소화하자는 취지도 있다.
민주당이 예외 조항을 두는 방식으로 당헌·당규를 무력화하는 것도 떳떳하지 못하다. 민주당은 귀책사유에 따른 재보선 공천 금지 당헌을 ‘단 전당원 투표를 통해 달리 정할 수 있다’는 단서 조항을 달아 뒤집었다. 현역 감점 당규도 ‘다만 광역단체장 선거에 출마하려는 경우에는 감산하지 아니한다’는 규정을 붙여 유명무실화했다.
전당원 투표로 압도적 지지를 받았다는 서울·부산시장 공천도 명분이 없다는 비판을 받는데, 당규는 슬그머니 바꿨다. 집권 여당이 정치적 유불리만 따져 당헌·당규를 손바닥 뒤집듯이 바꾼다면 국민이 민주당을 신뢰할 수 있겠는가. 민주당은 좀 더 당당하고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