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엠(GM) 협력업체 모임인 협신회 회원들이 19일 저녁 한국지엠 사옥 앞에서 노사협상 조기타결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지엠(GM)의 노사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노조가 부분파업에 나서자 미국 본사가 ‘한국 철수’ 가능성을 언급하며 극한 대립을 이어가고 있다. 코로나 위기 극복을 위해 노사가 힘을 모아야 할 때다. 노사가 한발씩 양보하는 자세로 상생의 길을 찾아야 한다.
한국지엠 노조는 지난달 30일부터 기본급 인상, 성과급 지급, 신차 배정 및 중장기 투자 계획 등을 회사에 요구하며 부분파업을 벌여왔다. 지금까지 20차례 넘는 단체교섭을 벌였지만 접점을 찾지 못했다. 파업이 계속되자 지엠 본사는 18일 “노조 때문에 한국에 추가적인 투자나 새 제품을 할당하기 어렵다. 아시아에 다른 선택지를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6일 부평공장 투자 계획을 재검토하겠다고 한 데 이어, 아예 한국공장 철수 가능성까지 밝힌 것이다. 노조는 23~25일 사흘간 부분파업으로 맞대응한다는 방침이다. 노사가 머리를 맞대도 모자랄 판에 서로 압박 수위만 높이고 있으니 걱정이 아닐 수 없다.
한국지엠은 2년 전 국민 세금 8000억원을 투입해 경영 정상화에 나선 기업이다. 누적 손실이 여전히 3조원을 넘고, 코로나발 충격으로 자동차 업황은 안갯속인 상황이다. 노사가 위기 극복을 위해 고통을 분담하는 기업들이 한둘이 아닌 터에, 과도한 임금 인상 요구는 여론의 지지를 받기 힘들다는 점을 노조는 냉정히 성찰하기 바란다. 생산 차질로 직원들 월급 주기도 힘들다는 협력업체들의 호소에도 귀 기울이길 바란다.
한국지엠 노사 갈등은 ‘미래 투자’가 핵심 쟁점이다. 노조로선 지금 생산 중인 차종이 단종되면 어찌 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클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지엠 본사는 한국에 신차 물량을 추가로 배정할 계획도, 전기차 등 미래 투자에 나설 계획도 내놓지 않고 있다. 지엠 본사는 2년 전 한국지엠에 28억달러를 투자해 5년 동안 신차 15종을 출시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 되레 군산공장을 일방적으로 폐쇄한 적이 있다. 이번엔 노조 파업을 한국 철수의 빌미로 삼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드는 건 당연하다. 지금이라도 중장기 계획을 내놓고 노조와 성실한 대화에 나서는 게 올바른 태도다.
최근 현대차 노사는 기본급 동결과 고용 안정, 협력업체 지원 등을 담은 상생·협력 방안에 합의했다. 회사마다 처한 사정이 다르겠지만, 노사가 역지사지해 한발씩 양보하면 길을 찾을 수 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