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7월28일 서울 종로구 경사노위 대회의실에서 열린 노사정 협약식 서명을 마친 노사정 주체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대통령 직속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가 25일 공공기관에 대한 노동이사제 입법 건의와 임금 직무급제 도입 추진을 뼈대로 하는 사회적 합의안을 끌어냈다고 밝혔다. 선언적인 수준을 크게 넘어선 것은 아니지만, 노동자의 경영 참여와 연공서열 중심 임금체계의 개편 등 노사 간 이해가 크게 엇갈리는 사회적 과제에 정부·노동계·전문가 등 세 주체가 양보와 타협을 통해 추진 동력을 확보했다는 것만으로도 그 의미가 결코 작다고 할 수 없다.
노동자 대표가 의결권을 가지고 이사회에 참여하는 노동이사제는 기업의 경영 투명성을 크게 높일 수 있는 제도로, 노동계가 도입을 꾸준히 요구해왔다. 이와 달리 경영계는 ‘경영권 침해’라며 강하게 반대해왔다. 지금은 서울시와 경기도 등 일부 지자체에서 조례로 운영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도 공공부문 도입을 국정과제로 추진했으나 지지부진한 상태다. 공공부문 도입이 법으로 의무화돼 성과를 거두면 민간부문으로의 확대도 머지않아 현실화할 수 있을 것이다.
임금 직무급제는 노동이사제와 공수가 뒤바뀐다. 경영계는 선호하지만 노동계는 경계한다. 현재의 연공서열 임금체계는 노동자 입장에서는 미래에 대한 안정적인 예측이 가능하지만, 오늘의 노동 현실에서는 고용 확대의 걸림돌이 되는 등 부정적인 측면이 작지 않다. 경사노위 합의안은 직무급제에 대한 노동계의 불신을 고려해 ‘부분 도입’을 선택한 걸로 보인다. 경사노위가 직무급제와 연계해 공공부문의 일자리 확대 로드맵도 그려낼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이번 합의는 공공부문에만 해당하는 내용이어서 민간부문 경영계는 참여하지 않았다. 그러나 공공부문의 거버넌스와 임금체계가 민간부문에 미치는 영향력을 생각하면, 경영계도 민감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사회적 합의기구는 경영계의 팔목을 비트는 기구가 아니라, 사회적 대화를 통해 미래 경영환경에 대비하는 공간으로 이해해야 한다. 이번 합의에 반대만 해서는 경영계로서도 얻는 게 없을 것이다. 미래를 설계할 기회로 삼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이번 합의는 지난여름 어렵사리 마련된 ‘사회적 협약’이 민주노총 내부의 반발로 무산된 뒤에도 경사노위가 후속 활동을 이어가며 만들어낸 것이어서 더욱 소중하다. 이참에 민주노총도 사회적 대화의 국외자로 언제까지 머물러 있을지 깊이 고민해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