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예산안의 구체 내용을 조정하는 관문인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안등조정소위원회 회의가 지난 23일 정성호 위원장 주재로 열렸다. 연합뉴스
내년도 예산안의 법정처리 시한(12월2일)이 사흘 앞으로 다가온 29일,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예산안에 대한 물밑 교섭을 벌였다. 여야는 일단 코로나19 피해업종 지원을 위한 3차 재난지원금과 백신 확보 예산 등 5조원 안팎을 본예산에 반영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고 한다. 하지만 재원 조달 방법을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해 법정시한 안에 예산안 처리는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정부가 555조8천억원의 예산안을 확정해 국회에 제출한 게 지난 9월1일이다. 코로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올해보다 8.5%(43조5천억원) 증가한 ‘슈퍼예산’이다. 정부안 제출 뒤 3차 코로나 유행이 현실화됐고, 이에 국민의힘은 3차 재난지원금 3조6천억원을 예산에 편성할 것을 요구했다. 애초 별도 추경을 주장하던 민주당도 야당 요구를 수용했다. 여기에 더해 민주당은 29일 코로나 백신 4400만명분 확보를 위한 1조3천억원을 예산에 추가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환영할 일이다.
그런데 재원 조달 방식에선 여야가 기존 주장만 되풀이하며 대치하니 답답하기 짝이 없다. 민주당은 본예산을 1조원 감액하고 목적예비비 가운데 2조원을 재난지원금 명목으로 활용해도, 2조원 정도 국채 발행 증가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한국형 뉴딜’ 사업 예산을 대폭 삭감해 재원을 마련해자고 맞선다.
재정 건전성 관리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불필요한 예산을 삭감·조정하는 것도 국회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이다. 하지만 21조원 규모로 편성한 ‘뉴딜 예산’을 절반 이상 깎아서 재난지원금 등에 필요한 11조원 안팎의 민생 예산을 확보하자는 국민의힘 주장은 너무 지나치다. 문재인 대통령이 내건 ‘한국형 뉴딜’ 정책에 흠집을 내려는 정치적 대응이라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코로나19에 따른 국민 고통을 해소하고, 마이너스 성장이 예상되는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선 신속한 예산 집행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예산을 법정시한 안에 처리해야 정부가 구체적 실행계획을 짜서 내년 초부터 즉각 집행할 수 있다. 국민의힘이 3차 재난지원금을 본예산에 포함하자고 제안한 것도 사안의 시급성 때문일 것이다. 재원 조달 방식을 두고 감정싸움을 벌여 예산 집행이 늦어지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 여야는 남은 이틀 동안 타협점을 찾아 내년도 예산을 반드시 의결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