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사설

[사설] 전두환 24년만에 또 유죄, ‘진실의 법정’은 시효 없다

등록 2020-11-30 18:46수정 2020-12-01 02:45

30일 오전 광주광역시 동구 지산동 광주지법 앞에서 5·18 민주화운동 관련 단체 회원 등이 전두환씨의 처벌을 촉구하는 행위극을 하고 있다. 광주/연합뉴스
30일 오전 광주광역시 동구 지산동 광주지법 앞에서 5·18 민주화운동 관련 단체 회원 등이 전두환씨의 처벌을 촉구하는 행위극을 하고 있다. 광주/연합뉴스
24년 만에 다시 전두환씨에게 유죄 판결이 내려졌다. 1980년 5·18 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의 헬기사격을 목격했다고 증언한 고 조비오 신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씨가 30일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광주지법 형사8단독 김정훈 판사는 “목격자 진술, 군 관련 문서를 종합해 분석하면 1980년 5월21일 (소형 공격헬기) 500MD에 의한 기관총 사격이 있었고 조 신부가 이를 봤다고 인정된다”고 판결 이유를 밝혔다. 전씨는 2017년 펴낸 회고록에서 ‘5·18 기간 군이 헬기사격을 한 것을 목격했다’고 증언한 조비오 신부를 ‘신부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해 ‘사자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됐다.

이번 판결은 조비오 신부의 명예를 회복시켰을 뿐만 아니라, 5·18 당시 헬기사격을 사법부가 인정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전씨를 비롯한 신군부 쪽이 펴온 ‘자위권 차원의 발포’ 주장이 이제 설 자리가 없어진 것이다. 그동안 신군부는 “당시 계엄군이 무장폭도에 맞서 방어 차원에서 사격했다”고 강변해왔다. 북한군 전차 공격이 주 임무인 공격헬기가 80년 광주 상공에서 기관총 사격을 한 것은 무차별적 민간인 살상 행위다. 천인공노할 일이다. 이 때문에 전씨는 이번 재판에서도 헬기사격 사실을 끝까지 부인했다. 전씨는 1995년 12월 구속 기소돼 1997년 4월 대법원에서 반란(내란)수괴·내란·내란목적살인 등의 죄목으로 무기징역이 확정됐으나 1997년 12월 특별사면돼 풀려났다. 당시에도 검찰이 헬기사격 여부를 조사했으나 기록을 찾을 수 없다고 판단해 이 혐의로는 처벌하지 못했다.

전씨는 이날도 뻔뻔한 태도로 일관했다. 그는 지난 재판 때와 마찬가지로 법정에서 꾸벅꾸벅 졸았고, 광주로 출발하기 전 자신의 서울 집 앞에선 항의하는 시민들에게 “말조심해, 이놈아”라고 욕설을 퍼부었다. 또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골프장을 찾거나 12·12 군사반란 가담자들과 함께 값비싼 중국음식을 먹는 모습이 공개돼 공분을 샀다.

김정훈 판사는 “피고인은 재판 내내 한 차례도 성찰하거나 사과하지도 않아 특별사면의 취지를 무색하게 했다”며 “5·18에 가장 책임 있는 피고인이 고통받아온 많은 국민들에게 진심으로 사죄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씨의 법정구속을 요구하던 5·18 희생자 유가족들은 집행유예 소식을 듣자 “원통하다”며 울부짖었다. 전씨는 일말의 양심이 남아 있다면 생전에 사죄를 해야 한다.

24년 만에 전씨에게 다시 내려진 유죄 판결은 역사와 진실의 법정엔 공소시효가 없다는 점을 일깨워준다. 이번 재판이 발포 명령자, 암매장 의혹 등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은 5·18의 진상을 규명하고 왜곡을 막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여전히 일부 세력이 틈만 나면 5·18을 왜곡·폄훼하는 것은 역사를 부정하는 망동이다. 합리적인 보수라면 이런 세력과는 거리를 둬야 한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1.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2.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3.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4.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5.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