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3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중대본 회의를 직접 주재하며 들머리발언을 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코로나19 하루 확진자가 결국 네자릿수로 들어섰다. 13일 0시 기준으로 1030명이며, 국외 유입을 뺀 국내 발생만 1002명이다. 1천명은 상징에 그치지 않는다. 그동안 이를 주시했던 건 1천명이 끝이 아닐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일본을 봐도 1천명에서 2천명으로 올라서는 것은 순식간이다. 우리도 그 정도 규모의 확진자 발생까지 염두에 둬야 한다. 지금의 방역 능력으로 감당할 수 없는 규모라는 건 두말할 나위가 없다.
상황이 이 지경까지 이른 과정을 철저히 되돌아보지 않으면 안 된다.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를 2단계로 올린 게 불과 3주 전이다. 일주일 뒤 ‘2단계+알파’로, 다시 일주일 만에 2.5단계로 격상했다. 그러나 매번 효과가 나타나기는커녕 확진자 규모가 두배씩 커지고 말았다. 보이지 않게 확산돼 있는 코로나19 규모를 애써 가볍게 여긴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멀게는 10월 중순 거리두기 체계를 5단계로 바꾼 뒤 한달 남짓 1단계를 유지하며 확산세를 지켜보기만 한 게 화근이었다. 코로나19의 폭발력이 극대화할 때까지 한 걸음 늦고 한 단계 낮은 대응을 되풀이한 결과가 지금의 네자릿수 확진이고, 방역과 의료 체계의 총제적인 붕괴 위기다.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를 직접 주재하는 자리에서 “모든 방역 역량과 행정력을 집중해 코로나 확산 저지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절체절명의 시간”이라며 “불가피하다고 판단되면 거리두기 3단계 격상도 과감하게 결단하라”고 방역당국에 주문했다. 그동안 정부는 방역과 민생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계속해왔다. 소상공인과 영세자영업자 등 경제적 약자의 고통은 정책적으로 마땅히 중시해야 한다. 그러나 선의가 외려 역효과를 낳을 수도 있다. 지금은 철저히 방역 관점에서 판단하고 결정하는 게 선의다.
통상적으로 거리두기 격상이 확진자 수에 영향을 미치려면 열흘 이상 시간이 필요하다. 그 기준으로 보면 수도권 거리두기 2.5단계 격상의 효과는 이번주 초에도 판단하기에 이른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확진자 수뿐 아니라 감염재생산지수(1.4), 확인되지 않은 감염경로 비율(20.3%), 진단검사 양성률(4.16%) 등 이미 나와 있는 다른 수치들을 봐도 긍정적인 결과를 기대하기가 어렵다. 지금은 가장 큰 불길을 최대한 신속하게 잡아야 할 때라는 데 이론이 있을 수 없다.
거리두기 3단계는 삶을 영위하는 데 필수적인 영역만 빼고 대부분의 일상을 강제로 멈춰야 하는 매우 고통스러운 조처다. 적용 대상도 13만곳에서 50만곳 이상으로 늘어난다. 하지만 그렇게 해서 한시바삐 급한 불길을 잡을 수 있다면 망설일 때가 아니다. 3단계 다음은 봉쇄 말고 없다. 결코 들어서서는 안 될 단계다. 자칫 추적, 격리, 치료로 이어지는 기존 방역 체계에서 추적과 치료의 상당 부분을 포기하는 상황도 대비해야 한다. 우리는 지금 그 갈림길에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