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4일 국회 본청 앞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촉구하며 단식 농성 중인 정의당 강은미 원내대표, 고 김용균씨의 어머니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 고 이한빛 피디의 아버지 이용관씨를 만나 대화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3일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제정하겠다는 말씀을 열번쯤 한 것 같다. 오늘 말씀드리면 열한번째가 될 것”이라며 임시국회 회기 안에 법안 통과를 약속했다. 14일엔 고 김용균씨의 어머니 김미숙씨 등이 단식 중인 국회 본관 농성장을 찾아 “날짜가 많지 않지만 압축적으로 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표가 이번 임시국회 중에 반드시 입법을 하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힌 건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이제는 말이 아닌 행동이 필요한 때다. 그동안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처리와 관련해 민주당이 보여준 모습은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이 대표가 지난 9월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의사를 밝힌 지 벌써 3개월이 지났다. 지난 6월 강은미 정의당 의원이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발의한 뒤 민주당에서도 박주민 의원 외 45명, 이탄희 의원 외 11명이 각각 법안을 제출했다. 국민의힘도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정의당과 연대 의지를 밝혔고, 임이자 의원 등 10명이 ‘사업주와 경영 책임자에게 안전 및 보건 조치를 의무화하고, 이를 어겨 노동자를 사망 또는 상해에 이르게 한 경우 처벌’하는 법안을 냈다. 이 대표가 농성장을 찾은 이날도 박범계 민주당 의원 등 12명이 다섯번째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발의했다. 박 의원은 “앞서 국회에 발의된 4개 법안이 규정하고 있는 사업주 또는 경영 책임자의 의무를 명확히 했다”고 밝혔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아직 결실을 맺지 못한 건 민주당 책임이 크다. 이 대표의 발언과 달리 민주당은 당론조차 정하지 못한 채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시간을 끌고 있다. 당 정책위의장인 한정애 의원이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을 통한 처벌 강화를 주장하며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에 반대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새로 만드는 법안이라 논의할 게 많다는 이유도 이제 설득력이 없다. 이미 제출된 5개 법안에 모든 쟁점이 다 드러나 있다. 임시국회는 새해 1월8일까지다. 민주당이 의지만 있다면 시간은 충분하다.
노동자의 죽음으로 치르는 비용과 안전 의무에 들어가는 비용 사이에서 경영자들이 더는 이익을 셈하지 못하도록 그들을 처벌할 법안을 만들라는 게 국민의 준엄한 요구다. 민주당이 계속 좌고우면한다면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나설 필요가 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문 대통령이 강조해온 “사람이 먼저”라는 가치를 실현하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