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20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내년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내년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그는 20일 기자회견을 열어 “서울시장 선거 패배로 정권 교체가 불가능해지는 상황만은 제 몸을 던져서라도 막겠다”며 “야권 단일후보로 나서 정권 폭주를 멈추는 견인차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안 대표의 선택은 제1야당 국민의힘에 유력 후보가 없는 현실에서 ‘문재인 정부 심판론’을 내걸고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려는 승부수로 보인다. 안 후보의 출마 선언이 야권 후보 선출 과정에 활력을 불어넣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다만 출마 선언에서 드러난 그의 자의적 상황 인식은 우려스럽다. 그는 “국회는 거수기로 여당은 청와대 출장소로 만들고 야당을 대놓고 무시하고 외면하는 저들의 오만함 때문에 87년 민주화 이후 쌓아온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사망선고를 받았다”며 “문재인 정권은 민주주의의 적, 독재 정권이 되어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야권의 서울시장 후보가 되기 위해선 ‘반문 세력’의 지지가 절박한 그의 처지를 모르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에 대해 “독재 정권” 운운한 것은 지나친 주장이다.
정부의 코로나19 대응을 비판하면서 “의료진의 피와 땀을 폄훼하더니 의료진의 뒤통수를 치고 의사와 간호사를 이간질시키는 몰염치의 극치를 보였다”는 지적도 수긍하기 어렵다. 백신 수급, 병상 확보 등에서 드러난 정부의 잘못은 얼마든 비판할 수 있다. 하지만 의사들의 무리한 파업을 정부 책임으로 돌리는 건 책임있는 정치인의 모습이 아니다.
안 대표는 “이 무도한 정권의 심장에 직접 심판의 비수를 꽂지 않고서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알맹이 없는 거친 말로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면 그건 착각이다. 안 대표가 서울시장이 되고자 한다면 스스로 말했듯이 “제대로 된 원칙, 이념에 치우치지 않는 실용과 문제해결의 정신”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