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사설

[사설] 노동환경 변화 못 따라가는 ‘플랫폼 노동자법’

등록 2020-12-21 18:46수정 2020-12-22 02:39

한 배달노동자가 일하고 있는 모습.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한 배달노동자가 일하고 있는 모습.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정부가 21일 ‘플랫폼 종사자 보호 및 지원 등에 관한 법률’을 비롯해 플랫폼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대책을 발표했다. 배달노동자나 대리운전기사처럼 디지털 플랫폼을 매개로 일하는 이들에 대한 정부 차원의 첫 종합대책이다. 국내 전체 취업자의 7.4%, 179만명에 이르는 플랫폼 노동자들이 법과 제도의 울타리 안으로 들어오게 된다는 점에서 나름 의미가 작지 않다. 그러나 이번 대책을 두고 플랫폼 노동을 ‘예외적 노동’으로 간주해 외려 차별을 제도화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법의 취지와 상반되는 부작용을 낳을 여지는 없는지 충분한 검토와 논의가 필요하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노동법을 통한 보호가 우선임을 명확히 하고, 노동법상 근로자가 아닌 플랫폼 종사자도 표준계약서 작성 같은 기본적인 노무 제공 여건이 보호될 수 있게 하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근무 방식 등에서 노동자로 볼 수 있는 경우 노동법을 적용하고,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플랫폼 노동자의 권익을 보호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기업 쪽에는 플랫폼 노동자에 대한 업무 배정과 서비스 평가 기준 공개, 이의 제기에 성실히 응할 의무 등을 지우고, 플랫폼 노동자에게는 단체를 결성하고 보수 지급 기준 등을 두고 협의를 요구할 수 있는 권리가 부여된다.

플랫폼 노동의 형태가 다양하고 필요에 따라 선택적으로 용역을 제공하려는 이들이 있다 보니 일률적으로 노동법을 적용하는 데 어려움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정부 대책이 플랫폼 노동자가 보편적인 노동권을 적용받는 데 외려 걸림돌이 될 거라는 비판이, 업계 실정을 누구보다 잘 아는 플랫폼 노동자들로부터 나오고 있다. 정식 노동조합이 아닌 퇴직공제조합이나 변형된 권익단체만 결성할 수 있도록 한다든지, 플랫폼을 ‘직업소개소’ 기준으로 규율하겠다는 내용 등은 사용에 따르는 책임을 최소화하려는 기업 쪽의 이해를 대변하는 것으로 비친다.

플랫폼 기업들이 코로나19로 급성장하며 막대한 이익을 챙기면서도 사용자로서의 책임을 회피해온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플랫폼 노동자의 77%는 정보기술이나 창작과 무관한 ‘지역 기반형’ 노동을 하고 있다. 이런 노동은 머잖아 보편적 노동이 될 것이고, 노동 양극화의 상징이 된 지는 이미 오래다. 정부는 이런 환경 변화를 직시하고, 더욱 본질적인 노동기본권 보호 정책을 내놔야 한다. 부분적인 처방을 할 때는 지났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1.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2.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3.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4.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5.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