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화상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는 뒤로 정부의 백신 확보 대책을 비판하는 문구가 써 있다. 연합뉴스
코로나19 백신 논란이 정치 공방으로 흐르고 있다. 백신 확보를 위해 힘을 모아도 모자랄 판에 소모적 다툼을 벌이고 있으니 볼썽사나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요즘 하루 확진자가 1천 명을 넘나든다. 미국, 영국 등의 백신 접종 소식도 전해진다. 그러자 야당과 언론이 정부의 방역 정책에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며 “일부 언론은 과장됐거나 왜곡된 보도를 서슴지 않는다. 방역당국의 일일 브리핑도, 전문가들의 설명도 아랑곳하지 않는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고 밝혔다. 앞서 김태년 원내대표는 21일 최고위원 회의에서 “야당과 보수 언론이 백신을 왜 서둘러 접종하지 않느냐고 아우성이다. 확진자와 사망자가 폭증하고 있는 미국, 영국 등과 대한민국은 다르다”며 “지금 정부는 겨울철 악조건과 함께 야당과 일부 언론의 가짜뉴스와 비틀기 뉴스, 흔들기라는 방역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신동근 최고위원도 “유승민 전 의원은 백신을 거론하며 무능과 직무유기를 말한다”며 “대선 후보로 나섰던 분의 발언치고는 참 가볍고 터무니없다”고 비판했다.
보수 야당과 언론이 백신과 관련해 과도한 불안을 부추기는 건 옳지 않다. 김태년 원내대표가 예로 든 기사를 보면, 11월13일 1명이던 코로나 사망자가 12월21일 24명 발생한 것을 두고 “사망률이 2300% 증가했다”고 보도했다. 악의적인 통계 왜곡이다.
하지만 백신 문제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을 야당과 언론 탓으로 돌리는 여당의 태도 또한 부적절하다. 영국, 미국, 캐나다 등이 이미 백신 접종을 시작했고 유럽연합도 곧 시작할 예정이다. 우리는 언제쯤 백신 접종이 가능할지, 물량은 충분히 확보할 수 있을지 여전히 안갯속이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불과 한달 전인 11월17일 국회에서 “두 회사(화이자·모더나)에서도 일반적인 예상과 달리 우리와 빨리 계약을 맺자고 그쪽에서 재촉하는 상황”이라고 장담한 게 민망할 지경이다. 도대체 지금까지 무슨 준비를 어떻게 해왔다는 건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우리나라가 그동안 다른 나라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방역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국민들이 거리두기에 적극적으로 협조한 덕분이다. 국민들은 경제적 피해와 일상의 불편을 감수하면서 이제나저제나 백신이 나오기를 기다려왔다. 백신 접종이 늦어질 것이라는 소식에 국민들의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정부 여당은 ‘남 탓’을 하기에 앞서 무거운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우리도 특별히 늦지 않게 국민들께 접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고 있고 또 준비를 잘하고 있다”고 했다. 국민들을 또다시 실망시키는 일이 없어야 한다. 정부는 안전한 백신을 신속하면서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도록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