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사설

[사설] 자영업자 임대료 지원, ‘언 발에 오줌 누기’ 안 된다

등록 2020-12-22 18:38수정 2020-12-23 02:43

새해를 맞아 강릉 정동진에서 해맞이를 하는 모습. 올해는 정부의 ‘연말연시 방역 강화 특별대책’으로 해맞이 행사가 어렵게 됐다.
새해를 맞아 강릉 정동진에서 해맞이를 하는 모습. 올해는 정부의 ‘연말연시 방역 강화 특별대책’으로 해맞이 행사가 어렵게 됐다.

정부가 24일부터 1월3일까지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 조처를 전국적으로 확대하는 내용의 ‘연말연시 방역 강화 특별대책’을 22일 발표했다. 스키장과 눈썰매장 등 겨울스포츠 시설 운영도 전면 중단된다. 또 서울 남산과 강릉 정동진 등 해맞이 명소와 국공립공원이 폐쇄된다. 요양병원 등 취약시설의 방역 관리도 한층 강화한다. 성탄절과 연말연시를 맞아 집단감염 위험이 큰 곳을 겨냥한 ‘핀셋 방역’인 셈이다. 마지막 수단인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격상’을 피하려면 불가피한 조처다. 국민들의 협조가 절실하다.

하지만 정부의 영업 제한·금지 조처로 이미 고통을 겪고 있는 자영업자들에게는 엎친 데 덮친 격이 됐다. 직간접 피해가 늘어날 게 불 보듯 뻔하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1일 최고위원회에서 “영업이 금지·제한되는 업종의 임대료 지원에 대해 당정협의를 마무리하는 대로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임차인에게 3차 재난지원금에 얹어서 추가로 정액을 지급하는 방안이 유력하다고 한다.

<한겨레>는 일관되게 정부가 ‘착한 임대인’의 선의에만 의지해서는 안 되며 직접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3차 재난지원금과 시행 중인 고용유지지원금에 더해 임대료 지원도 조속히 시행하길 바란다.

관건은 실효성 확보다. 정부는 ‘3조원+α(알파)’로 편성한 3차 재난지원금에 임대료 지원을 추가해 1조원 이상 늘리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정부는 지난 9월 2차 재난지원금 때 총 3조3천억원을 294만명의 소상공인에게 지급했다. 노동연구원의 홍민기 박사팀이 2018년 서울·대전·대구지역 소매업과 음식업의 소규모 사업장 2천곳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열곳 중 아홉이 임차인이다. 임대료 지원금 1조원을 2차 재난지원금 지원 대상의 90%(265만명)에게 나눠준다고 가정하면, 1인당 지원액은 38만원이다. 서울·대전·대구 소상공인의 월평균 임대료 201만원의 5분의 1에 불과하다. 임대료 부담을 실질적으로 덜어주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언 발에 오줌 누기’ 꼴이 될 수 있다.

우리도 독일과 캐나다 등 선진국의 사례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독일은 정부 조처로 영업이 금지된 업체의 고정비를 최대 90%까지, 캐나다는 임대인이 임대료를 75% 이상 감면할 경우 최대 50%를 정부가 보전한다.

코로나 사태의 장기화로 정부 재정지출이 갈수록 커지는 것에 정부가 부담을 갖는 것을 이해 못 할 바는 아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주요국에 비하면 재정 여력이 더 있는 편이다. 더욱이 지금까지 코로나 대응을 위해 지출한 재정 규모도 주요국에 비해 많다고 할 수 없다. 국제통화기금(IMF) 9월 보고서를 보면, 우리나라의 코로나 극복을 위한 재정지출 규모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3.5%로 주요 20개국 중 13위다. 정부 여당이 재정 사정에 유의하면서, 자영업자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임대료 지원 대책을 내놔야 할 것이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1.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2.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3.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4.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5.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