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23일 열린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구의역 사고’ 발언에 대해 거듭 사과했다. 변 후보자는 “피해자와 유족, 그와 비슷한 위험 노동에 종사하는 분들의 어려움을 헤아리지 못하고 상처를 드려 죄송하다”며 “다시는 억울한 생명의 희생이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청문회 내내 여야를 가리지 않고 구의역 발언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고 변 후보자는 그때마다 고개를 숙였다.
변 후보자는 서울주택도시공사(SH) 사장 시절 간부회의에서 2016년 ‘구의역 김군 사망 사건’에 대해 “실수로 죽은 것”이라고 말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파문을 일으켰다. 발언이 알려진 첫날 변 후보자가 내놓은 석줄짜리 무성의한 해명은 비판을 더 키웠다. 진솔한 사과와 뼈저린 성찰은 마땅한 일이다.
변 후보자의 발언을 우려하는 건, 국토부 장관의 직무와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주택·교통과 관련한 건설 정책을 총괄하는 국토부 장관이 ‘위험의 외주화’와 산업재해의 구조적 문제를 ‘개인 탓’으로 여긴다면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변 후보자는 청문회 전날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촉구하는 단식농성장을 찾아가 사과하면서도 ‘건설 쪽에 있어서 교통은 잘 몰라서 (한 발언)’이라고 토를 달았다. 거듭된 사과에도 진정성에 대한 의구심을 말끔히 걷어내지 못하는 이유다.
한편, 야당인 국민의힘 의원들은 에스에이치 사장 시절 일감 몰아주기, 서울대 환경대학원 동문 채용, 법인카드 과다 사용, 과태료 미납, 강연 수입 등 다양한 문제를 제기했지만, 의혹 제기 수준에 머물렀다. 이른바 ‘결정적 한방’이 없었다. 여기에 더해 일부 의원들은 변 후보자 자녀가 13년 전 중학생 때 쓴 블로그 글까지 긁어다 공격했다. 장관 후보자 검증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과도한 가족 신상털기는 부당한 일이다.
소모적 의혹 공방에 묻혀 정작 변 후보자가 내건 공공주택 중심의 공급 정책, 도심 고밀도 개발 계획 등 정책에 대한 검증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특히 변 후보자가 밝힌 부동산 정책 방향이 “북한식 부동산 정책과 어떻게 다르냐”는 색깔론 공세까지 나온 것은 유감이다. ‘낙마 1순위’란 타깃을 정해놓고 청문회에서 ‘아니면 말고’ 주장을 일삼는다면, 검증이 아니라 정부의 부동산 정책 기조를 흔들려는 의도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