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오전 서울 중구 시청광장에서 서울시장위력성폭력사건공동행동 활동가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의혹 사건 피해자 정보가 유출된 사안에 대해 유감을 표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 사건과 관련한 경찰 수사가 5개월 남짓 만에 마무리됐다. 서울경찰청은 29일 박 시장의 성추행 혐의는 ‘공소권 없음’으로, 서울시 부시장과 전·현직 비서실장 등의 성추행 방조 혐의는 ‘혐의 없음’으로 결론 냈고, 피해자에게 온라인으로 2차 피해를 입힌 누리꾼들은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사건 핵심 당사자가 사망한 상태에서 시작된 쉽지 않은 수사였음을 고려하더라도, 중요한 사실관계가 제대로 규명되지 못한 점은 유감스럽다.
경찰은 박 시장에 대한 직접 수사가 불가능함에 따라 서울시 관계자들의 방조 혐의에 수사력을 집중해왔다고 밝혔다. 그러나 피고발인들이 혐의 사실을 강하게 부인하는데다, 박 시장 개인 휴대전화기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이 법원에 의해 두차례 기각돼 수사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고 설명했다. 앞서 법원은 영장을 기각하면서 “범죄 혐의 사실 소명이 부족하고, 범죄 혐의 사실과 압수수색할 물건의 관련성 등에 대한 소명도 부족하다”고 봤다. 고인의 사생활 보호를 위해 법리를 엄격히 적용한 것으로 보이지만, 이번 사건의 중대성을 고려할 때 공적인 면에 더 무게를 뒀어야 한다는 반론이 나온다.
경찰이 2차 가해자들을 기소 의견으로 송치한 것은 의미가 있다. 법원도 이들의 위법행위에 대해 최대한 엄중히 처벌을 해야 할 것이다. 최근에도 피해자의 개인 편지를 노출해 ‘피해자다움’의 그릇된 인식을 퍼뜨리고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훼손하려는 행위가 벌어졌다. 이번 수사 결과를 빌미로 2차 가해가 또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이런 행위는 성폭력 못지않은 심각한 범죄이며 반드시 처벌받는다는 경각심이 우리 사회에 뿌리내리도록 수사당국과 사법부가 엄정히 대처해야 한다.
경찰 수사는 형사상의 유죄 여부를 밝히는 데 목적이 있다. 이와 별개로, 이번 사건의 구조적 문제를 밝히는 것 또한 중요한 일이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진행하고 있는 직권조사에 큰 관심이 쏠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인권위는 그동안 박 시장의 강제추행과 서울시의 피해 묵인·방조 의혹뿐 아니라 선출직 공무원 성범죄 사건의 처리 절차 등 제도와 관행까지 조사했다. 전원위원회 의결을 거쳐 새해 초에 결과를 발표할 거라고 한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고 또 반복되는지를 규명하고, 체계적인 대안까지 제시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