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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월성원전 삼중수소 유출, 철저한 진상규명을

등록 2021-01-11 18:54수정 2021-01-12 02:49

경북 경주시 월성원전에서 규정된 방사성물질 배출 경로가 아닌 지하로 삼중수소가 누출돼 논란이 일고 있다. 월성원전 앞 바닷가에 ‘지진해일 대피 안내판’이 서 있다. 경주/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경북 경주시 월성원전에서 규정된 방사성물질 배출 경로가 아닌 지하로 삼중수소가 누출돼 논란이 일고 있다. 월성원전 앞 바닷가에 ‘지진해일 대피 안내판’이 서 있다. 경주/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경북 월성원전에서 삼중수소(트리튬)가 광범위하게 유출된 걸 두고 어처구니없는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최근 <한겨레>와 <문화방송>의 관련 보도에 친원전 전문가들과 일부 언론 등이 ‘부풀리기’니 ‘괴담’이니 하며 비난을 퍼붓고 있는 것이다. 삼중수소가 검출돼서는 안 될 곳들에서 지속적인 유출의 결과로 보이는 정황이 드러났는데도 이를 자연스러운 현상인 양 호도하는 거야말로 부풀리기이자 괴담이다. 진상 규명 작업을 방해하려는 꼼수로 볼 수밖에 없다.

한겨레와 문화방송 보도는 월성원전을 운영하는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의 자체 보고서를 토대로 하고 있다. 보고서를 보면, 한수원은 2019년 4월 월성원전 3호기 터빈 건물 하부 지하수 배수로에 고인 물에서 리터당 71만3천Bq(베크렐)의 삼중수소를 검출했다. 정상적 배출 기준치(4만Bq)를 18배나 넘어서는 농도다. 월성 1·2·3호기 사용후핵연료 저장조 하부 지하수 등에서도 기준치에 육박하는 삼중수소가 검출됐다. 하나같이 삼중수소 배출 경로와 무관한 곳들이다.

그런데도 친원전 전문가들과 일부 언론 등은 검출된 삼중수소가 잘못 유출된 것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자연 속에서도 그 정도는 검출된다거나 고인 물이라서 농도가 올라간 거라는 얘기다. 지역 주민의 1년치 피폭량은 멸치 1g 섭취 수준이라며 인체에 무해하다는 주장까지 한다. 원자력 전문가는 의학 전문가가 아닐뿐더러, 유럽방사선리스크위원회는 삼중수소에 의한 내부 피폭이 암을 유발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그들의 주장이 맞는다면 한수원은 왜 2019년부터 지하 배관과 사용후핵연료 저장조 등을 삼중수소 주요 유출원으로 보고 시설 교체와 보수 등의 대책을 추진해왔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배출 계획처럼 정해진 기준과 경로를 통한 삼중수소 배출도 문제지만, 어디서 어떻게 새나가는지도 모르는 유출은 더 심각한 문제다. “비계획적인 유출은 확인된 바 없다”는 게 한수원의 공식 입장이라는데, 확인 작업이 더 필요하다는 얘기나 다름없다.

환경단체들이 11일 민관합동조사를 요구하고 나섰다. 불량 부품 납품과 뇌물수수 같은 한수원의 과거 행태를 떠올리면 지극히 당연한 요구라고 본다. 한수원은 조사된 결과부터 철저히 공개해야 한다. ‘원전 안전 신화’를 설파해온 친원전 전문가들도 민관합동조사에 적극 참여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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