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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현직 검찰총장 두고 ‘별의 순간’ 운위되는 ‘비정상’

등록 2021-01-13 18:12수정 2021-01-14 02:44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 4일 오전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방명록을 작성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 4일 오전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방명록을 작성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12일 윤석열 검찰총장을 향해 “별의 순간을 제대로 포착하느냐에 따라 국가를 위해 크게 기여할 수도, 못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적기에 정계 진출을 결단해야 한다는 권고로 해석되는 발언이다. 야당 대표가 현직 검찰총장에게 대놓고 정치 활동을 권유하는 것은 검찰의 정치적 중립 원칙을 무너뜨리는 부적절한 처사다.

검찰은 ‘정치적 중립’을 생명으로 한다. 국민이 위임한 막강한 수사·기소권을 조직이나 개인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사용하는 건 검찰의 존재 기반 자체를 허물어뜨리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검찰총장이 퇴임 뒤 곧바로 정치권에 뛰어드는 행위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자신은 물론 검찰 조직 전체의 신뢰에 심대한 타격이 불가피하다. 하물며 현직에 있을 때부터 대선 주자로 거론되는 건 더욱 위험하다. 검찰총장이 정치를 할 사람으로 인식되는 한 현재 진행 중인 검찰 수사도 정치적으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

이런 점을 모를 리 없는 김종인 위원장이 윤석열 총장에게 언행에 신중할 것을 주문하기는커녕 오히려 대선 출마를 부추기는 발언을 한 것이다. 국가기구 운영의 근본 원칙에는 눈감고 정치 공학에만 몰두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김 위원장뿐 아니라 정치권과 법조계에서도 이런 문제의식이 보이지 않는다. 여론조사기관과 언론도 마찬가지다. 오히려 새해 벽두부터 윤 총장이 대선 주자 선두권에 오른 여론조사 결과들이 쏟아져 나오는 등 비정상적인 상황이 가속되고 있다.

여기에는 윤 총장의 애매모호한 태도도 한몫을 하고 있다. 윤 총장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퇴임 뒤 정계 진출을 시사하는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켰으나 이후 아무런 공식 해명을 하지 않았다. 설사 지금의 상황이 윤 총장 자신이 의도한 게 아니더라도 하루빨리 수습하는 게 검찰 조직의 수장으로서 마땅히 취해야 할 책임 있는 자세다.

급기야 제1야당 대표의 공개적인 권유까지 나온 마당이니 윤 총장도 더 이상 침묵으로 일관하지 말기 바란다. 퇴임 뒤 정계 진출 여부에 대한 입장을 분명히 밝히고 그에 맞게 거취를 정해야 한다. 정치에 뜻이 없다면 대선 주자 여론조사에서 자신을 제외해달라고 공개적으로 요구해야 한다. 시간이 갈수록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에 입힐 상처는 깊어진다. 이것이야말로 실기하면 안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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