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에스케이(SK)그룹 회장이 임기 3년의 서울상공회의소(서울상의) 차기 회장으로 단독 추대됐다. 최 회장은 “상의와 국가경제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겠다”며 회장직 수락 의사를 밝혔다. 관례상 서울상의 회장이 대한상의 회장을 겸하게 돼 있어, 최 회장이 경제계를 대표하는 대한상의를 이끌게 됐다. 국내 4대 그룹 총수가 대한상의 회장을 맡는 것은 처음이다.
대한상의는 중견·중소기업과 소상공인까지 포괄하는 국내 최대 경제단체다. 전국 73개 지방 상공회의소에 회원사만 18만여곳에 이른다. 임의단체인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와 달리 상공회의소법에 바탕을 둔 법정단체다. 국정농단 사태 이후 전경련의 위상이 추락한 이후 대한상의는 경제계를 대표하는 역할을 해왔다. 대한상의는 박용만 회장 시절 전경련과는 차별화된 모습을 보여왔다. 기업들의 이해만을 대변해온 과거의 모습에서 벗어나 최저임금과 주52시간제 등에서 합리적 대안을 제시했다. 또 재벌 총수 일가의 사익 편취와 하도급 불공정행위 등에 대한 정부의 규제에 반대하지 않으면서 동시에 재벌 스스로 바뀔 것을 촉구했다.
최 회장이 박 회장의 새로운 시도를 어떻게 발전시켜나갈지 주목된다. 박 회장은 최 회장에 대해 “4차산업 시대가 오고 있는 변곡점에 있는데, 본인의 경험 등에서 미래를 내다보는 데 적합한 분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평소 상생이나 환경, 사회적 가치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시는 분이기에 현시점에 더없이 적합한 후보”라고 평가했다.
최 회장은 오래전부터 ‘사회적 가치 경영’을 주창하면서 에스케이그룹 경영에 접목하는 실험을 해왔다. 사회적 가치 경영은, 기업이 이윤의 일부를 사회에 돌려주는 ‘사회공헌’을 넘어 기업이 보유한 유·무형의 자산과 역량을 활용해 양극화, 고령화, 청년실업, 환경오염 같은 사회문제 해결에 직접 나서는 것이다. 에스케이그룹은 각 계열사들의 정관에 경제적 가치와 함께 사회적 가치 추구를 경영 목표로 명시하고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평가에 사회적 가치 창출을 중요하게 반영하고 있다.
코로나 이후 대기업들은 비교적 선방했지만, 수많은 중소·협력업체와 민생은 생사의 기로에 서 있다. 최 회장의 상의 회장 취임을 계기로 사회적 가치 경영이 에스케이그룹을 넘어 경제계 전반으로 확산되기를 기대한다. 최 회장의 말처럼 국가경제를 위한 책임이 무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