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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변 하사 강제전역 취소”, 군은 인권위 권고 따르길

등록 2021-02-02 19:00수정 2021-02-03 02:40

변희수 전 하사가 지난해 1월22일 오후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성소수자 군인들이 차별받지 않는 환경에서 복무했으면 한다. 성정체성을 떠나 이 나라를 지키는 군인이 될 기회를 달라”고 말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변희수 전 하사가 지난해 1월22일 오후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성소수자 군인들이 차별받지 않는 환경에서 복무했으면 한다. 성정체성을 떠나 이 나라를 지키는 군인이 될 기회를 달라”고 말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군 복무 중 성전환 수술을 한 변희수 전 하사에 대한 육군의 강제 전역 처분이 “인권침해에 해당한다”고 지난해 12월14일 결론을 내린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인권위는 육군참모총장에게 변 전 하사 전역을 취소할 것을, 국방부 장관에게는 이런 피해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관련 제도를 정비할 것을 권고했다. 군은 인권위의 권고를 받아들여 신속히 후속 조처에 나서길 바란다.

변 전 하사는 2019년 11월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전환 수술을 한 뒤 계속 군에서 복무하기를 희망했으나, 육군은 변 전 하사에게 ‘심신장애 3급 판정’을 내리고 지난해 1월22일 강제 전역시켰다. 그러나 인권위는 자신의 신체와 성 정체성의 일치를 목적으로 성전환 수술을 한 사람을 ‘심신장애인’으로 볼 근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인권위에 앞서 유엔인권최고대표사무소도 지난해 7월 한국 정부에 변 전 하사의 강제 전역 관련 의견서를 보내 “성 정체성에 근거한 차별을 금지하는 국제인권법을 위반할 소지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군 당국은 국내외의 우려를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미국과 상당수 유럽 국가들은 성전환자의 군 복무를 인정하고 있다. 우리만큼 안보를 중시하는 이스라엘은 군 복무 중 성전환 수술을 한 군인에게 모든 비용을 지원해준다.

변 전 하사의 전역 처분은 군 당국이 인사 관련 법령을 멋대로 해석해 빚어진 일이다. 육군은 변 전 하사의 ‘전투력 상실’을 입증하지 못하자 전투력 상실과는 전혀 무관한 군의 특수성과 국민적 공감대 등을 전역 처분 근거로 들었다. 인권위는 변 전 하사의 보직이었던 전차조종수는 이미 다수의 여성 부사관이 근무하고 있어 성전환 수술과 복무 적합성 간의 상관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군 당국은 외국 사례들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군인사법 등 제도를 개선하기 바란다.

인권위 결정에 대해 육군은 ‘전역은 적법한 행정처분이고 전역 처분 취소 행정소송 결과에 따르겠다’고 밝혔다. 국가기관인 인권위의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태도다. 실망스럽고 유감스럽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5일 성전환자의 군 복무를 다시 허용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뒤 백악관은 “군인은 성적 지향성이 아닌 오직 실력에 의해서만 평가받아야 한다. 그것이 우리 미국을 더 강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밝혔다. 우리 군 당국도 새겨들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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