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용 신임 외교장관이 지난 5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8일 오후 정의용 후보자를 새 외교부 장관으로 정식 임명했다.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으로 오랫동안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이끌었던 정의용 장관은 미국 바이든 행정부 출범을 계기로 급변하는 국제정세를 반영한 새 전략을 마련해 반드시 성과를 이끌어내길 바란다.
일각에선 정 장관이 지난 5일 인사청문회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비핵화 의지”를 이야기한 것을 두고 비난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8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은 정 후보자에 대해 “부적격” 의견을 내고 퇴장해, 인사청문보고서는 여당 단독으로 채택됐다. 국민의힘은 정 후보자가 “김정은이 아직 비핵화 의지가 있다고 하는 등 북한 옹호에 여념이 없었다”며 “한-미 동맹이 근본부터 흔들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 장관의 청문회 발언 이후 미 국무부가 “북한의 핵·미사일 확산 의지가 국제 평화와 안보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는 입장을 냈지만 이를 한-미 간 심각한 이견의 표출로 보는 것은 지나친 확대 해석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여전히 “대북정책을 재검토 중”이고 아직 명확한 정책을 내놓지 않았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4일 문재인 대통령과의 첫 정상통화에서 “가급적 조속히 포괄적 대북전략을 함께 마련할 필요”를 이야기했다. 다만, 싱가포르 북-미 합의를 기반으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재가동하기를 희망하는 우리 정부와 트럼프 행정부의 북-미 협상 성과에 회의적인 바이든 행정부 사이에 견해차가 있는 건 부인하기 어렵다. 미국의 대북정책 재검토와 로드맵 마련에 정부는 한반도 문제의 주된 당사국으로서 우리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고 긴밀히 조율해나가야 한다. 미국의 정권 교체를 고려하면 우리도 그간의 로드맵을 재검토하고 좀 더 정교하고 유연한 대안을 고심할 필요가 있다. 미국 의견을 일방적으로 따를 수는 없지만, 한반도 비핵화는 북-미 관계 개선 없이는 어렵다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미-중 갈등은 한-미 관계에서도 주요 현안이 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7일 인터뷰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민주적인 구석이 없다”고 비판하며 “미-중 사이에 극한의 경쟁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은 민주주의와 인권 등 보편적 가치 위에서 미국과 협력하되, 중국과의 군사적 대립에는 참여하지 않는다는 외교 원칙을 견지해나갈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