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26일부터 시작될 예정인 가운데, 질병관리청이 15일 ‘2~3월 백신 접종 세부 시행계획’을 발표한다. 구체적인 접종 대상 명단과 일정을 확정하는 것인데, 65살 이상 고령층에 대한 영국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접종 허용 여부를 어떻게 결정할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앞서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설 연휴 직전인 10일 최종점검위원회를 열어 코로나 백신 가운데 처음으로 아스트라제네카의 국내 사용을 공식 허가했으나, 65살 이상에 대한 접종은 ‘의사 판단’에 맡겼다. 18살 이상에 아스트라제네카 접종을 허용하면서 ‘사용상 주의 사항’에 “65살 이상에 대한 사용은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기재한 것이다. 식약처는 “고령자에 대한 안전성과 면역 반응의 문제는 없지만, 예방 효과를 판단하기 위한 추가적인 자료가 필요하니 의사가 대상자의 상태에 따라 접종 유익성을 판단해 결정하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고령층에 대한 백신 사용 여부를 명확히 결정을 하지 않은 채 접종 현장에서 의사가 알아서 판단하라는 건데, 무책임한 태도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아스트라제네카의 첫 접종 대상이 요양병원에 입원 중이거나 요양시설에 거주 중인 노인과 종사자라는 점에서 더욱더 그렇다. 정부도 결정하지 못한 것을 의사들이 무슨 수로 판단할 수 있겠는가. 정부가 “신중하게 결정하라”는 단서를 달았는데, 적극적으로 나설 의사가 몇이나 되겠는가. 당장 의료계에서는 “정부의 책임 회피”라는 반발이 나온다. 국민들도 고령층이 접종을 해도 되는 건지, 하지 말아야 하는 건지 혼란에 빠져 있다.
물론 정부라고 해서 백신의 효용성을 100% 확신하는 건 불가능한 일일 것이다.
외국도 제각각이다. 독일, 프랑스, 오스트리아, 스웨덴 등은 아스트라제네카의 고령층 효과에 대한 충분한 자료가 아직 없다는 이유로 접종 연령을 65살 미만으로 권고했다. 폴란드는 60살 미만, 벨기에는 55살 미만이다. 반면 영국, 인도, 멕시코, 아르헨티나, 브라질 등은 연령 제한 없이 모든 성인에게 사용을 승인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10일(현지시각) “65살 이상에 대한 백신 효과 자료가 부족하다”면서도 “고령층에 대한 접종 반응이 그보다 낮은 연령대 그룹과 다를 수 없다고 생각한다. 사용 가능한 증거의 총체성을 고려할 때 65살 이상에게 백신을 사용할 것을 권고한다”고 밝혔다. 이처럼 나라마다 기준이 다르지만, 정부가 기준을 분명히 제시한 건 한결같다.
국민들이 백신 접종에 모든 희망을 걸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거리두기 고통을 견뎌내고 있는 것도 백신 접종으로 집단면역이 형성되면 이전의 일상으로 되돌아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첫 백신 접종이 코로나 사태 진정과 일상 회복의 출발점이 되려면 한 치의 차질도 없어야 한다. 첫 백신 접종이 그만큼 중요하다. 정부는 15일 고령층 접종 문제에 대해 분명하고 치밀한 계획을 내놔야 할 것이다.